일상 요가 2013. 5. 21. 00:13
아산서원 제3기 원생들이 국내 인문학 교육과정을 시작한지 벌써 4주차에 접어든다. 얼마 전, 제1기 원생들이 아산서원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성황리에 졸업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졌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지친 제3기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제1기 윤호진 (윤), 진용선 (진) 원생이 아산서원을 찾았다. ▲인터뷰이: 아산서원 제1기 서재 윤호진 (좌), 동재 진용선 원생 (우) Q: 선배님들이 아산서원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원 동기는 무엇이었고,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얻은 수확은 무엇입니까? 윤: 사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주로 수학과 과학만 집중적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그 이후에도 과학고, 대학도 카이스트에 진학하였기 때문에 마찬가지였고요. 카이스트 신문부로 활동하면서 시사 쪽에 관심이 많아졌..
일상 요가 2013. 5. 19. 15:05
실내악은 참 옹기종기하다. 일단 규모 면에서 밀도 있고 담백하다. 현악 4중주라든지 오보에 5중주처럼 규모보다는 내실에 초점을 두었다. 그래서 주최자는 ‘저비용 고효율’의 전략적 구성이 가능해지고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오케스트라에 비해 악기 하나 하나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소규모의 연주자들끼리 눈빛과 호흡으로 앙상블을 이뤄내는 모습은 정겹다. 이들이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는 깨알 같다. 여기서 연주자들 사이에 형성되는 카타르시스는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최고의 앙상블을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조율을 했을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어느 바이올린 주자는 실내악의 매력을 “독주회가 무대 위에서 홀로 펼치는 고독한 모노드라마이고, 오케스트라 연주가 대규모..
일상 요가 2013. 5. 16. 22:10
아산서원에서의 어느 수업 중 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개인주의'가 없어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셨다. 사람들이 부대껴 사는데만 너무 익숙하다보니 자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으며(혹은 가지기를 두려워 하여) 무엇이든 사람 간의 정으로 해결하려 하다보니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하셨다. 교수님께서는 몇가지 극단적인 예(일부는 공감하기 힘든)를 위주로 말하셔서 크게 공감대가 형성되지는 못하였지만 그 말씀 중 몇가지 부분에서는 긍정되었다. 사람은 자신의 내부와 마주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데서 오는 평화와 안정은 외부와의 접촉에서 얻어지는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요즘 사람들이 힐링을 받고 싶어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내..
일상 요가 2013. 5. 14. 00:30
정진홍 교수님의 ‘열림과 닫힘’ 수업에 늦었다. 몇 분 정도야 괜찮겠지 하며 교실에 들어서기 무섭게 교수님께서는 교실 밖으로 나가라 하셨었다. 교수님의 단호함은 수도승의 몸짓과 같았다. 그 단호함에 변명할 여지 없이 교실 밖에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밖에서 교수님께서 다시 불러주시기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 속에서 현실의 결코 가볍지 않은 칼날 끝의 맛이 느껴졌다. 그 매서운 맛이 다시금 내 자신을 다 잡는 계기가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종교와 관련하여 ‘순수와 절대는 실재하는가?’라는 주제를 제시하셨다. 여러 의견이 오고 갔다. 이러한 의견들을 듣고 있으니 인간의 순수와 절대에 대한 희구가 종교라는 실체로 발아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발아된 씨앗은 각 문화권에 맞는 모습으로 꽃과 열매를 맺은 ..
일상 요가 2013. 5. 14. 00:00
아산서원 제3기 3차 정기회의가 있었다. 아산서원 생활이 벌써 3주차에 접어들다니... 하루는 길게 느껴지지만 매주의 흘러감은 빠르게 느껴진다. 전 날 엄청난 숙제 공세의 여파 및 오전부터 오후까지 계속된 연강 그리고 인턴기관배치 면접까지 겹치면서 저녁 때쯤에는 다들 무척 지쳐 있었다. 그래도 화요일에 있을 resume첨삭, 수요일에 있을 원장님 특강으로 인해 매주 열리는 자치위원회 정기회의를 미룰 수는 없었다. 평소보다 30분 늦은 19:30로 예정되어 있던 회의는 늦추어져 20:30이 지나서야 열렸다. 오늘은 평소보다 다양한 안건들이 다루어졌다. 소모임 시간 확정, 주말 잔류자 규칙, 영어 프레젠테이션 종강 준비, 강연 계획, MT, 밥시간 조율 등의 공식적인 안건 이외에도 다양한 부가 안건 및 건의..
일상 요가 2013. 5. 8. 20:31
역사란 빌딩처럼 한 번에 허물고 새로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제와 오늘이 중첩되고 오늘이 내일과 중첩되며 쌓여가는 어느 퇴적층 같은 것이다. 시간이 흘러간 과거의 층에는 살점을 잃은 백골들로 가득할 것이며 그 보다 오래 된 것들은 그 뼈마저 사라져 화석으로 흔적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역사가들은 혹은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지하로 들어가 그들의 흔적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백골에 다시 살점을 입혀 그들이 겪은 고민과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란 죽은 자들에 대한 추모가 아닌 산 자들을 위한 죽은 자들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한 개인의 입장으로서 역사를 보게 된다. 이인호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다. 이인호 선생님의 수업은 마치 한 편의 소..
일상 요가 2013. 5. 7. 21:44
실용영어 수업은 Chris선생님의 ‘Thinking about Thinking’이라는 주제로 토론방식으로 진행된다(Chris선생님은 말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오늘 토론의 주제가 되었던 것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자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Inside and outside Views’이론이었다. 대니얼이 이스라엘에 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어느 교과서를 편찬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었다. 어느날 대니얼은 이 프로젝트가 언제쯤 끝날지 궁금했다. 그는 학장에게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고 물었다. 학장은 18개월 혹은 길어도 2년 이내에 완성될 것이라고 말 했다. 그러자 대니얼은 보통 이와 비슷한 다른 프로젝트들은 시간이..
일상 요가 2013. 5. 4. 02:00
지난 5월 1일 ‘아산플래넘’에 다녀왔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3회를 맞이하며 올해는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에서 4월30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새로운 무질서’(New World Disorder)로 미국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장관, 프랑스 기 소르망 등 300여명의 석학들이 참가해 경제 및 핵문제, 글로벌 거버넌스, 테러리즘에 대해 토론했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아산서원에서 공부 중인 서원생들도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화창한 오후 하야트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어찌나 유쾌하던지. 하얏트 호텔에 도착 후 우리 30명은 아산플래넘에 관한 여러 설명을 이번 행사를 준비하신 연구원님들 중 한 분께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정책연구원..
일상 요가 2013. 4. 17. 23:17
전 날의 늦은 합격 통보 이후 다음 날 이른 아침의 모임이었다. 청담동 어느 스튜디오에서 앞으로 8개월 간 함께 할 30여명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한꺼번에 친해지는 것은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대학교나 동아리에 처음 들어가던 때가 생각났다. 첫만남의 서먹서먹함 속에서 다들 무난히 잘 어울려졌다.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금새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해 나갔다. 각기 다른 개성과 꿈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했다. 웃음 속에 다들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 8개월 뒤 오늘의 사진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오늘은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추억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광화문 근처 어느 한식당에서 점심을 다 같이 했다. 우연히 운영위원 분들과 같은 테이블에..
감상 요가 2013. 4. 8. 01:11
대학로뮤지컬센터에서 뮤지컬 그날들을 보았다. 故 김광석이 누구인 줄 잘 모르고 갔지만 나올 때는 여전히 생명력을 가진 채 연주되는 그의 노래를 품고 나왔다. 뮤지컬 그날들은 가수 김광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공연의 배경은 1992년과 2012년 청와대의 경호실을 오고 갈 뿐이다. 하지만 공연 내내 김광석의 노래가 새롭게 연주된다. 사실 김광석이 생전에 천 번 이상 공연을 했었다는 대학로라는 공간을 빼면 피보호인과 보호인의 사랑을 다룬 이 뮤지컬은 김광석과는 멀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김광석의 골수 팬이라면 쓴 웃음을 지을 거라 생각했었다. 김광석의 노래를 이용한 중년층 마케팅이 아닌가를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 중 1992년과 2012년의 20년 시간의 넘나듦을 이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