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요가 2013. 5. 25. 00:36
지난 월요일에 아산서원에서 특강을 해주신 손숙 선생님께서 본인의 연극에 직접 초청해주셨다. 작품을 통해 배우를 접하기 전에 작품 밖에서의 실제 모습을 보고 가는 터라 평소에 연극을 보러 가는 느낌과 달랐다. 특강 때의 모습과 연기자로서의 모습 사이의 교집합과 여집합을 생각해보았다. 이날 극장에 가는 길은 지하철에서 혜원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눈과 입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가 엄청났다. 혜원이가 연극을 했으면 참 잘 했을 거라 생각했다. 손숙 선생님의 ‘어머니’는 크게 3막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주인공인 ‘두리’할머니(손숙)는 이미 장성한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들과 알콩달콩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지아비 ‘돌이’가 찾아오고 이를 계기로 할머니는 신주단지에 묻혀 두었던 자신의 한(恨)..
일상 요가 2013. 5. 21. 01:48
마지막 봄 비가 그친 뒤 다소 흐린 하루였다. 당분간은 비 없이 맑을 거라 하니 아마 이번에 내린 비가 올 해 마지막 봄 비가 될 듯 하다. 아산서원에 입소하던 때 활짝 피었던 꽃들의 그 정취를 미쳐 충분히 즐길새 없이 숨가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이 곳에서의 생활도 한달 여가 되어간다. 저녁 특강으로 손숙 전 장관님(이러한 호칭을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하셔 이하 교수님으로 호칭)께서 특별히 아산서원 제3기 원생들을 만나러 오셨다. 강연 시간보다 조금 일찍 오신 손숙 교수님께서는 아산서원 라운지에 모이셔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셨다. 고희(古稀)를 바라보시는 나이에도 학생들과의 만남을 너무도 반가워 하시며 아산서원의 취지를 극찬하셨다. 이후 시작된 강연에서는 극단의 배우에서 제6대 환경부 장관으로까지 그..
감상 요가 2011. 11. 14. 07:16
2010.03.20 23:11에 작성된 글입니다. 연극과 현실을 구별 못하는 필립의 나무칼은 사형 직전의 세쿨라를 구합니다. 살기 위한 소피아의 달밤 속 연기는 사형집행인인 드로바초프의 영혼을 구하게 됩니다. 누구는 생명을 구했고 누구는 영혼을 구원했군요. 연극 마지막에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은 무대 다운 무대 한번 서보지 못하고 우지체 마을을 떠납니다. 하지만 세쿨라의 연인은 검은 상복을 벗고 하얀 드레스를 입게 되고 드로바초프는 수레국화 한 송이를 손에 쥔 채 배나무에 목을 매달게 됩니다. 매일 총성이 울리고 드로바초프의 채찍에는 피가 마를 날이 없고 기나는 매일같이 피 묻은 옷을 빨아야하는 현실에 정말 연극 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나무칼로는 쇠칼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단 말인가?"라는 비몽사..
감상 요가 2011. 11. 14. 07:13
2010.03.18 20:31에 작성된 글입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일상과 파티에서 나는 염증을 느꼈었는데 이번에 본 연극 ‘벚꽃 동산’을 보는 동안 상당한 대목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었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벚꽃 동산이 경매를 통해 외부인에게 넘겨지게 된 상황에서도 귀족적 취미(예를 들어 악단을 부르는 파티)를 포기하지 못하는 그들에게서 왠지 된장녀가 연상되었다. 점심은 굶을 망정 스타벅스의 커피는 마신다는 된장녀들 말이다. 게다가 ‘공여사’와 ‘공인하’에게서는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병명의 진단을 해주고 싶었다. 특히 ‘공여사’는 목마에 집착을 하는 등 키덜트적 증후가 다분해보였다. 게다가 한국에서 부동산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군 이란 생각 또한 ..
감상 요가 2011. 11. 14. 07:11
2007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5월 18일 오전 전남대 정문 앞에서 벌어졌던 계엄군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학생들이 시내에서 가두시위를 하자 계엄군은 오후 3시부터 시내로 투입되어 진압하기 시작하였다. 계엄군의 진압작전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진상을 알기 위해 금남로로 몰려들었다. 19일 오전 2∼3천명으로 불어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군경의 저지선과 대치하게 되었다. 군경과 시민의 충돌이 시작한 지 30분 정도 지나서 11공수여단 천여명이 도청 앞과 금남로에 진출하여 작전명 "화려한 휴가"라는 말 그대로 진압봉으로 무차별 구타하였다. 이러한 만행을 목격하고 전해들은 광주시민들은 맨주먹 또는 몽둥이, 각목을 들고 나와 결사 항전하였다. -5.18기념재단에서 부분 발췌 곧 5월이 온다. 이때쯤이면 수많은 대..
감상 요가 2011. 11. 14. 07:09
2007년에 작성된 글입니다. 연극을 처음으로 직접 가서 보았습니다.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극 중 내내 배우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연극의 아우라(aura)는 평소 느끼지 못했던 연극의 매일 죽어서 다시 살아난다는 ‘일회성’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그리고 연극 속의 판소리, 대중음악, 군가, 탈춤은 정말 신명이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억척어멈과 취사병이 함께 추던 거지타령은 정말 직접보지 않고서는 그들의 타령 속에 깃든 슬픔을 느끼기는 힘들 것 같더군요.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극 중 최고의 카타르시스의 장면은 아마 벙어리인 셋째 딸이 시내의 보초병을 깨우기 위해 북을 치다가 빨치산에게 죽는 장면 일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느낌으로 그 북소리를 들었겠지만 저에게 ..
감상 요가 2011. 11. 14. 07:07
2008.01.07 13:10에 작성된 글입니다. ‘트로이의 여인들’을 보고 극은 멸망당한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부인이자 헥토르의 어머니인 헤카베의 절규로 시작한다. 헤카베의 절규 이후에 낡은 옷차림의 여성들이 나타나 자신이 어떻게 일본의 군위안부로 끌려가게 되었는지 어두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공연은 이처럼 전쟁 속의 트로이의 여인들과 군위안부 희생자들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면서 전쟁 속 여성들의 한(恨)을 보여준다. 역사는 시대의 한 순간만을 보여주고 서사는 이야기의 늘어놓음에 지나지 않으나 극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문제의 보편성을 보여줌으로써 가치를 얻는 것이다. 비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전쟁 속 희생되는 여성들을 보여줌으로써 인류가 수 천 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전쟁 속 여성들의 슬..
감상 요가 2011. 11. 14. 07:05
2007.11.11 11:14에 작성된 글입니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을 보고 감상문을 쓰려는데 자신감이 들지 않아 여러 번 글을 썼다 지웠다 했다. 연극 자체의 수준 높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미친 싸이코패스환자같은 발로쟈를 어떻게 해야 처절하게 까발릴 수 있을까라는 나름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트나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도끼로 죽여 버린 라스콜니코프는 결국에는 자신들의 잘못을 참회했다. 하지만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에서 엘레나 선생님은 결국에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정의(正義)를 상징하는 열쇠를 넘겨줘버리고는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발로쟈가 경멸하는 그의 친구들은 그저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어쩔 줄 몰라 할 뿐 이였다. 오직 발로쟈만이 그의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