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과 닫힘] 순수와 절대에 대한 희구




정진홍 교수님의 열림과 닫힘수업에 늦었다. 몇 분 정도야 괜찮겠지 하며 교실에 들어서기 무섭게 교수님께서는 교실 밖으로 나가라 하셨었다. 교수님의 단호함은 수도승의 몸짓과 같았다. 그 단호함에 변명할 여지 없이 교실 밖에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밖에서 교수님께서 다시 불러주시기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 속에서 현실의 결코 가볍지 않은 칼날 끝의 맛이 느껴졌다. 그 매서운 맛이 다시금 내 자신을 다 잡는 계기가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종교와 관련하여 순수와 절대는 실재하는가?’라는 주제를 제시하셨다. 여러 의견이 오고 갔다. 이러한 의견들을 듣고 있으니 인간의 순수와 절대에 대한 희구가 종교라는 실체로 발아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발아된 씨앗은 각 문화권에 맞는 모습으로 꽃과 열매를 맺은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씨앗은 그 생명이 영원한 꽃을 피워냈고 어떤 꽃은 수세기 만에 그 수명을 다하였다. 순수와 절대는 추상적이고 상대적(역설적이게도)이지만 이를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결만큼은 절대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았다.

 

오늘 마음을 찌른 교수님의 가르침은 절대를 희구하는 것과 내가 절대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인간으로서 혹은 종교인으로서 절대를 희구하는 그 자세에는 문제가 없으나 나 자신만이 혹은 나의 종교만이 절대라고 정의할 때 다름은 사라지고 동질성통일을 빙자한 폭력이 되는 것이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판단정지(epoche 에포케), 괄호 넣기, 잠시 기다림 그리고 객체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냄. 이 말들과 개념들 또한 수업의 끝에 긴 여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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