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프링 페스티벌]앙상블이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

실내악은 참 옹기종기하다. 일단 규모 면에서 밀도 있고 담백하다. 현악 4중주라든지 오보에 5중주처럼 규모보다는 내실에 초점을 두었다. 그래서 주최자는 저비용 고효율의 전략적 구성이 가능해지고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오케스트라에 비해 악기 하나 하나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소규모의 연주자들끼리 눈빛과 호흡으로 앙상블을 이뤄내는 모습은 정겹다. 이들이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는 깨알 같다. 여기서 연주자들 사이에 형성되는 카타르시스는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최고의 앙상블을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조율을 했을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어느 바이올린 주자는 실내악의 매력을 독주회가 무대 위에서 홀로 펼치는 고독한 모노드라마이고, 오케스트라 연주가 대규모 인원들을 등장시킨 화려하고 장대한 블록버스터라면, 실내악은 주연 배우 네다섯이 펼치는 고도의 심리극이다.”라고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실내악은 주조연의 구별이 없이 아우라가 팽팽한 소극장의 연극과도 같다.

 







김형국 교수님께서 2006년에 집행위원으로 기획하신 후 세계적 실내악 축제로 자리 잡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Seoul Spring Festival)에 다녀왔다. 이번 2013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주제는 타양살이, 망향노래’(Far From Home)으로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 등에서 2주여간 이어지고 있다. Far From Home이라는 주제에 맞게 ‘Once upon a time’, ‘European Expats’, ‘Vienna Spring’, ‘Les Parisiens’, ‘Russian Homages’, ‘Wanderer Odyssey’등의 다양한 주제로 매일 공연이 있다. 나는 이 중 5 18일에 있었던 ‘American Dream’에 다녀왔다.

 

이번 American Dream이라는 주제는 유럽을 떠나 북미대륙으로 넘어가 활동하였던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블리스(A. Bliss), 블로흐(E. Bloch), 바르톡(B. Bartók)과 같은 평소에 접하지 못한 작곡가들의 곡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뿐만이 아니라 라흐마니노프(S. Rachmaninoff), 드보르작(A. Dvorak)과 같은 널리 알려진 거장들의 곡을 들을 수 있었다.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블리스의 오보에 5중주 중 3악장 Vivace에서 오보에를 중심으로 한 강렬한 현악합주 속에 빛나는 오보에 소리였다(오보에이스트 노라씨스몽디 Nora Cismondi). 또한 이 곡의 전체에서는 왼쪽의 바이올린 두 대와 오른쪽의 첼로와 오보에를 가운데 비올라가 균형을 잡아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라흐마니노프의 14개의 로망스 중 보칼리제’Op.31, NO.14에서는 김수정 소프라노의 보칼리제 원곡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인간의 목소리야 말로 인간이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악기라고 생각이 되었다. 오늘 프로그램의 마지막 연주는 SSF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린의 표범이라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인 강동석씨를 포함한 드보르작의 현악 5중주 내림마장조, Op.97이었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 곡을 통해 드보르작이 미국을 방문하며 느꼈을 개인적 인상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현악악기 5개가 만들어내는 폭발할 듯 한 앙상블에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열렬한 박수를 연주자들에게 보내느라 한동안 객석을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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