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바실라 - 우리는 1500년전 신라와 페르시아의 바닷길로 돌아갔다.

겨우내 기다리던 봄이 도착하였다. 그리고 서원 붕우들과 국립중앙극장으로 공연 감상 나들이를 갔다.





2015년, 우리는 1500년전 신라와 페르시아의 바닷길로 돌아갔다.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은 정동극장이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경주브랜드 공연 [신라:SILLA]의  신작<바실라>를 선보였다.경주세계문화엑스포+정동극장+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의 조합이라. 과연 이들은 어떻게 우리의 역사콘텐츠를 공연적으로 활용했을지 궁금했다.





<바실라>는 고대 페르시아 구전 서사시 ‘쿠쉬나메’가 원작이다. 이 전의 작품들이 신라, 화랑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은 6세기 초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 그 시대 영웅들의 이야기를 20,000km 국경을 뛰어넘은 스펙터클한 무대로 담아낸다. 특히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의 명콤비 최성신 연출과 이희준 작가가 투합해 그려낸 <바실라>는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침략과 저항의 전쟁, 나라를성 잃은 시대의 아픔과 복수, 새로운 영웅의 탄생 등 인생의 희노애락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감동적인 서사극으로 완결시킨다.





[쿠쉬나메]에 등장하는 단어 ‘바실라’는 ‘신라’를 지칭하는 지명으로, 페르시아인들의 신화 속 인물인 ‘페리둔’의 어머니를 신라의 공주 ‘프라랑’으로 그리고 있다. 공연은 페르시아와 신라, 아랍, 중국 등 여러 문화가 만나서 충돌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1500여년 전에도 이러한 문화적 교역과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종합 쇼 퍼포먼스’를 목표로 기획된 만큼 화려한 무대장치와 조명, 영상이 총 동원되어, 장대한 서사를 무대 판타지로 옮겨낸다. 대사 없이 배우들의 몸짓과 움직임만으로 표현되는 캐릭터, 고증에 상상력을 입힌 의상과 소품은 관객의 시각을 자극하며, 페르시아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영웅들과 신라의 신비로운 만남을 주선한다.




몇해 전 어느 박물관에서 중국에 조공을 바치러 온 세계 각지의 사신들의 모습이 담긴 매우 오래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 그림에는 중국 변방의 여러 국가들은 물론 일부 중동 국가들과 신라 사신들도 상세히 그려져 있었다. 그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사실은 그 수많은 사신들 중에서도 신라인들의 용모와 의상이 가장 수려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공연 중 신라인의 몸짓과 의상에서는 기품과 온화함이 묻어난다.


공연 중 주인공인 페르시아의 왕자 ‘아비탄’, 신라의 공주 ‘프라랑’, 그리고 그 둘의 아들’ 페리둔’에 대한 표현도 좋았지만 악역으로 등장하는 ‘자하크’의 의상과 연출 또한 인상적이었다. 사실 ‘자하크’와 그의 ‘수하들’은 ’작년 16번째 현대카드 컬쳐 프로젝트로 올려진 앙쥴렝 프렐조카쥬의 발레‘Snow White’의 왕비와 그녀의 고양이들을 연상시켰다. 공포스럽고 괴기하면서도 아름답고 또한 섹슈얼적인 이들의 몸짓과 의상은 주인공들 못지 않게 개성넘치고 매력적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우리는 신라에서 대한민국으로 돌아왔고, 이수역 근처의 어느 식당에서 맥주와 고기를 구우며 오랫만의 재회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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