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버드맨Birdman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한다
- 감상
- 2015. 3. 9. 02:29
포수느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박남수 ‘새’ 중
인간 에술의 역사는 순수한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나 결국 도달하지 못하고 순수한 세계의 파괴라는 인간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다. 포수는 절대 순수의 경지를 꿈꾸지만 그에게 남는 것은 자신의 한계에 대한 피에 젖은 자괴감 뿐이다. 진정 포수는 스스로 새가 되어 날아갈 수 없는 것일까.
"자아와의 싸움을 꼭 다뤄보고 싶었다. 얼마나 성공을 거두었든, 부와 유명세를 갖추었든 그것이 일시적인 환상에 불과하다는 개념 말이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
영화 버드맨(BiRDMAN)은 지금은 한 물 갔지만 한 때 헐리우드 최고의 슈퍼액션 히어로였던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재기의 장소는 바로 브로드웨이라는 연극판이다.
리건은 자신의 연극을 성공시키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한다. 그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처럼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다. 하지만 배우, 돈, 아내, 딸, 관객, 평론가 등 그 주변의 모든 상황이 그의 날개 죽지를 쥐어 온다. 무엇보다 그 안의 또 다른 자아인 버드맨은 그에게 현실과의 타협을 통한 성공을 종용한다.
성공하기 위해 벌이는 그의 사투는 결국 자신 자아와의 싸움이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힘을 타인이 아닌 자신으로 가져왔을 때 그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초월하여 다른 세계로 넘어간다.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 - BiRDMAN의 또다른 제목
이 영화는 셀러브리티 문화, 야망, 예술의 본질, SNS, 예술가와 비평가의 관계 등 여러 이슈들을 날카로운 대사로 파해친다. 특히 연기는 물론이고 촬영, 조명, 사운드까지 다양한 테크닉을 통해 주인공 리건의 심리를 생생하게 추적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우왕자왕하는 리건의 무지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이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자신은 최고라는 우월감과 자신의 한계가 드러나는 초라한 현실 사이에서, 배우와 아버지라는 자신의 역할 사이에서 그는 수 천번 비상하고 수 천번 추락한다. 잘못된 목표를 좇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힘을 타인에게 내주는 그의 무지한 모습은 그가 배우로서, 아버지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가지는 진정한 기쁨은 무엇일지 관객 스스로 자문하게 한다. 감독은 리건을 통해 우리는 무지한 존재이며 이를 솔직하게 밝히자고 관객들에게 말하는 듯 하다. 이러한 무지한 모습이야 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 아니냐고. 그리고 우리 또한 진정한 자신을 인정하고 본연의 순수한 모습을 찾아 날아 오르길 기대하는 듯 하다.
영화의 마지막,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한다.
p.s. 이 영화가 진정으로 재미 있는 것은 드라마와 코미디의 너무도 환상적이고 현실적인 조합 때문이랄까. 마이크 역할을 맡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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