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아이즈(Big Eyes) - 팀버튼과 포스트모던 미술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 - 앤디 워홀

1940년대 이후 미국은 눈부신 경제 발전과 함께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급부상한다. 1950~60년대의 미국 미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미국적인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1960년대 앤디워홀과 리히덴슈타인으로 대변되는 대중문화의 시각 이미지를 표현한 팝 아트가 등장하면서 대중적 성향의 미술이 크게 유행한다.


(Andy Warhol)


예술이 대량 상품의 영역으로 넘어가던 이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뉴욕에서 앤디워홀이 이끌었다면 조금 더 빨리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러한 센세이션을 만들어낸 그림이 있다. 몽환적인 큰 눈의 독특한 비주얼, 미술을 공산품으로 만들어버린 사업성 그리고 탁월한 홍보력을 갖춘 ‘빅 아이즈(Big Eyes)’시리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그림은 앤디워홀, 피터막스, 요시모토 나라 등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장남감, 디자인, 만화 등 다양한 컬쳐 장르를 탄생시켰다.


(Margaret Keane, Big Eyes)


팀버튼(Tim Burton)의 영화 [빅 아이즈]는 바로 이 그림과 이 시대를 살아가던 화가 마가렛(Margaret Keane)과 그 녀의 남편 월터 킨(Walter Keane)의 이야기를 비춘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고민하는 화가 마가렛과 아내의 예술성을 상업으로 사용하는 남편 월터의 갈등은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라인이다. 그리고 감독 팀버튼은 자신의 예술세계와 닮은 ‘빅 아이즈’에 얽힌 이야기를 기존 보다는 좀 더 담백하고 침착하게 풀어낸다.





“나의 작품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빅 아이즈'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다” - 팀버튼

감독 팀버튼은 [가위 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독창적인 화면 연출과 기발한 상상력을 뽐내며 전 세계인을 매료시켜왔다. 


(유령신부, 가위손)


그의 최신작 [빅 아이즈]는 팀 버튼에게 여러 의미에서 특별한 영화다. 실제로 여러 점을 소장하고 있는 그림 ‘빅 아이즈’의 화가 마가렛 킨의 실화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팀 버튼은 인터뷰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빅 아이즈’는 내게 아주 가까운 예술이었고, 늘 나를 지켜보는 것 같은 큰 눈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며 그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었다. 실제로 그의 기존 작품들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빅 아이즈’의 커다란 눈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누가 진짜 이 그림을 그려는지 아무도모르겠지” - 월터 킨

첫 번째 남편과 헤어진 마가렛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우연히 화가 월터 킨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게 된다. 결혼 후 월터 킨은 아내 마가렛 킨의 그림이 명성을 얻자 ‘킨Keane’이라고 서명되어 있는 아내의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다. 탁월한 수완가이자 영리한 사업가였던 월터는(그는 이미 부동산 중개업자로 큰 돈을 벌고 있었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미술품 시장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1959년에 샌프란시스코에 킨 아트 갤러리를 열어 ‘빅 아이즈’ 그림과 포스터를 파는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월터는 ‘빅 아이즈’ 그림을 통해 대중미술 상업화에 대혁신을 일으키고,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이후 1980년대에 마가렛 킨이 월터 킨을 고소하게 되면서‘빅 아이즈’ 그림의 실제 화가는 마가렛 킨이었다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영화 중 마가렛과 월터)





“빅 아이즈는 아주 멋지고 훌륭한 작품이다” - 앤디워홀

팀 버튼은 영화 곳곳에 키치 미술을 활용한 연출을 시도한다. 미술가로서도 훌륭히 인정을 받은 그는(몇해전 현대카드에서 주최한 ‘팀버튼전’을 생각해보라) 영화의 스토리에 환상적인 미적 미장센을 입혔다. 팀버튼 특유의 색깔이 무채색으로 드러나는 새로운 아름다움이랄까... 또한 팀 버튼은 이 영화를 통해 ‘빅 아이즈’야말로 미술의 상업성을 통해 대중화의 선두에 선 예술 작품이라 말한다. 친근하면서도 기이(uncanny)한 느낌의 ‘빅 아이즈’의 그림은 단순히 그림체뿐만 아니라 예술의 대량 복제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영화 감독인 팀 버튼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팀버튼과 빅아이즈)


또한 영화 [빅 아이즈]에는 유명인에 무조건적인 환호를 보내는 대중 예술계에 대한 풍자로 가득 하다. 특히 그림이 유명해지기 이전과 이후의 야유와 찬사들의 선명한 차이는 무엇이 미술에 대한 평가의 잣대인지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특히 영화 중 뉴욕 타임즈 미술 담당 편집인 존 케너데이(테렌스 스탬프 연기)의 미술에 대한 엄중한 비평은 우리에게 예술성과 상업성의 지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와 상관 없는 일화 하나. 뉴욕 타임즈 미술 담당 편집인 존 케너데이는 뉴욕 미술파(New York School)의 저자로 알려진 도리 애쉬톤과 미술비평 및 언론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윤리(공정한 보도)에 대한 의견차이로 크게 다툰다. 이 일화는 미술 비평가들이 부딪히는 미술 비평과 언론의 윤리성의 접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일화로 꼽힌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 피카소

나는 직업적으로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과 밀접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원저작권자의 권리가 중요한지, 아님 이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홍보와 유통의 힘이 중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끊임 없이 물어보게 되었다(남의 아이디어를 훔쳐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던 스티브잡스라지만 자신 아내의 예술적 재능을 착취 이상으로 훔친 월터는 저작권도용의 가장 극단적 행태가 아닐까. 물론 그의 프로모션 덕에 마가렛의 미술이 일찍 세상에 알려지긴 하였지만...). 또한 1960년대가 이미 포스트모던의 시대였다면 우리는 이미 포스트포스트 모더니즘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이러한 질문들은 콘텐츠가 디지털화되어 가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의제가 될 것 이다.


(Margaret Keane & Walter Keane)


영화 중 마가렛은 사람의 눈에 집착하여 그림을 그린다. 누가 그에게 질문을 하자 그녀는 눈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그녀는 사람의 영혼을 담아낸 그림을 그린다. '빅 아이즈'에는 그녀의 순수성과 독창성이 있어서 그토록 한 시대를 풍미한 것이 아닐까. 혹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에는 영혼이 없고 경박함과 상업성만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영화는 그런 의혹에 대한 팀버튼의 대답이자 시대에 대한 오마쥬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예술의 순수성은 앞으로의 디지털 세상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영화관을 나오며 허겁지겁 결론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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