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시련'(2007)'

2007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5월 18일 오전 전남대 정문 앞에서 벌어졌던 계엄군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학생들이 시내에서 가두시위를 하자 계엄군은 오후 3시부터 시내로 투입되어 진압하기 시작하였다. 계엄군의 진압작전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진상을 알기 위해 금남로로 몰려들었다. 19일 오전 2∼3천명으로 불어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군경의 저지선과 대치하게 되었다. 군경과 시민의 충돌이 시작한 지 30분 정도 지나서 11공수여단 천여명이 도청 앞과 금남로에 진출하여 작전명 "화려한 휴가"라는 말 그대로 진압봉으로 무차별 구타하였다. 이러한 만행을 목격하고 전해들은 광주시민들은 맨주먹 또는 몽둥이, 각목을 들고 나와 결사 항전하였다. -5.18기념재단에서 부분 발췌 

 


 곧 5월이 온다. 이때쯤이면 수많은 대학생들이 봄의 따뜻함에 금남로를 친구 혹은 연인들과 수없이 돌아다닐 시기이다. 어떻게 보면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였던 것이 더욱 슬퍼지는 것은 이러한 5월의 따뜻함 때문인 것 같다. 광주 시민이였던 내게 광주민주화운동은 단순히 자랑스러움의 대상만은 아니다. 그 따뜻한 날 속에서 도청 앞을 가득채웠을 피냄새이기도 하다. 민주화운동이 진압된 뒤에도 한동안 광주시민들은 이 피 냄새에 빨갱이 취급을 당했어야 했다. 

 


 시련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의 민주화 운동들이 떠올랐다. 연극에서의 마녀재판은 한국 사회에서도 똑같이 행해지고 있었다. 중세 암흑시기에 기독교가 정치적 수단으로 마녀재판이라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그들의 권력을 유지했듯이 군사정권시절 대한민국의 군부들은 이데올로기를 그들의 정략적 합법적인 억압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불행히도 마녀재판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대부분이 마녀와는 상관없는 일반 서민들이였듯 빨갱이로 몰려 재판받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빨갱이가 아니었다. 극 중 메사추세츠주의 세일럼 마을이 아비게일의 욕망 속에서 극도의 혼란에 치닫는 과정은 우리에게 진실된 믿음은 무엇이고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세일럼 마을 사람들에게 종교적 신앙은 그 무엇보다도 그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그 종교적 신앙에 복종하지 않는 다는 것은 곧 이단으로서 사형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적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종교는 인간의 욕망들을 철저히 억압했다. 그리고 종교는 결국 체재를 지키기 위해 목사들이 휘두르는 권력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그들에게 타도의 대상인 악마는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핑계로 사용되었다. 마치 과거 한국의 현대화 과정 중 근대화라는 명문아래 독재자들이 북한타도를 외치며 유신헌법등을 제정하고 긴급조치를 밥 먹듯 선포했던 것과 너무도 유사하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일럼의 마을에 존 프락터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희생당한다. 그는 “내 영혼을 당신께 넘겼으니 내 이름만은 남겨놓으시오!”라며 댄포스에게 절규한다. 그는 단순히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아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거짓과 맞서 싸운다. 댄포스는 이 광기어린 마을에서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존 프락터의 이름조차 요구하지만 존 프락터는 고민을 하다 결국 그의 이름도 신념도 포기하지 않고 순교자의 길을 걷는다. 그에게 이 시련은 신념을 지킴으로서 승화된다. 

 


 1980년 5월 당시의 수 많은 광주의 시민들은 전두환 신군부 일당의 학살만행에 맞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시민전체가 일심동체로 저항하였다. 그 피비릿내 나는 한 주간의 학살 속에서 그들은 신념을 지켜냈다. 당시에는 진압으로 패배하였지만 이후 유신체제를 계승한 제5공화국 정권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드러낸 증거가 되었으며 불법적인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정치군부 세력을 심판하였으며 국민의 무장항쟁이 국민 저항권의 적극 행사로 승화되었다. 그들은 시련을 극복해낸 또 다른 존 프락터들이였다. 

 


 곧 있으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다가오는데 망월동에 한번 들러봐야겠다. 금남로는 얼마나 더 사람들이 북적거릴지도 궁금하고 구 도청 근처에 518민주화운동관련 기념관이 생긴다는데 어떻게 공사가 돼가고 있는지도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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