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 기획의 실태' -국립오페라단 김의준 단장님

 

 

 

 

 

 

 

  2012년 7월 27일은 무척이나 후덥지근한 하루였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후덥지근 땀이 나고 강하게 꽂아 내리는 햇빛은 어찌나 강하던지요. 어느 지역에서는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갔더랩니다. 이 날 오후 예술의 전당을 찾아오는 길은 마치 사막을 횡단하여 오는 듯 하였습니다. 걸어오는 길에 저 멀리 보이는 예술의 전당은 마치 사하라 사막 위 오아시스에 지어진 그 어느 거대한 성벽처럼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목마름 가득 안고 낑낑대며 예술의 전당에 오르는 저는 사실 육체적 목마름이 아니라 지식에 대한 목마름으로 숨이 턱턱 막히고 목젖이 붙을 지경이었지요. 바로 오늘 한국 공연예술경영계 거장이신 국립오페라단 김의준 단장님의 강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국립오페라단 오페라케스터들을 위해 이 더운날 지식의 목마름을 달랠 수 있는 단비 같은 말씀 많이 해주시리라 부푼 가슴 안고 찾아갔습니다.

 

 

 

김의준 단장님 약력

2010 제3회 공연예술경영상 대상
2011.08~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2007 아시아 태평양 아트센터 연합회 부회장
2005 LG연암문화재단 부사장
1996~2010 LG아트센터 대표
1996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 국장
1984 예술의전당

 

 

  김의준 단장님에 대한 첫 인상은 무척이나 겸손하시다는 것 이었습니다.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기신 단장님께서는 본인께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사실은 우연이라고 하시며 단 한번도 본인의 능력을 내세우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줄곧 캐스터들의 질문에도 결코 간단히 흘려 말하시지 않고 애정 듬뿍 담아 세세하게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경영자란 자고로 이처럼 겸손해야 하는구나 하고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장님 약력을 잠시 소개하자면 건설회사에 입하하신 후 예술의 전당 기초공사에 참여하신 것을 인연으로 하여 그곳에서 근무하시게 되었고 LG아트센터 건립에도 참여하셨던 단장님께서는 지금 국립오페라단 단장직을 맡고 계십니다.

 

 

 

 

 

  김의준 단장님께서는 공연장(Theater, Performing Arts Center, Venue, Hall)의 유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공연장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실체(본질), 성격, 목적, 제작방식 등의 방식을 가지고 분류 할 수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실체(본질)에 따른 분류입니다. 국공립 공연장과 사립 공연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공립 공연장은 사기업에서 만든 공연장이 아닌 정부가 국민들의 문화 진흥을 위하여 만든 공연장입니다. 국립극장이나 예술의 정당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공립공연장의 설립은 정부의 계획에 따라 지어지기 마련입니다.

  사립 공연장은 기업이나 개인이 마든 공연장으로서 LG아트센터나 산울림 소극장과 같은 곳이 대표적 입니다. 사실 사립공연장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는 그 역동성이 국공립공연장보다 더 심합니다. 사립 공연장의 경우에는 기업이 문화진흥의 목적 이외에도 여러 목적으로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금 혜택이나 주변 땅 값을 높이려 한다든지 아니면 기업의 홍보 목적으로 혹은 폐기하기 곤란한 기업이나 부지의 재활용 목적으로 기업들이 사립 공연장을 짓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일단 운영이 되더라도 사립 공연장이라 하여 그 운영이 국공립보다 쉬운 편도 아닌데 대부분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어려운 제정상황에서도 꾿꾿이 버티어 나가는 여러 공연장들이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연장의 죽음이라 할 수 있는 용도 변경의 경우에는 대표적인 예가 지금은 JTBC로 넘어간 호암아트홀 입니다. 1985년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의지로 지어진 호암아트홀은 다목적 공연장으로 사용되던 중 이병철 회장 사후 경영적자의 문제로 허덕이며 여기저기 치이다가 결국 지금은 JTBC로 넘어가 공연장으로서의 수명을 다하였습니다. 이처럼 공연장 또한 태어남과 죽음의 삶을 거칩니다.

 

 두번째는 공연장의 성격에 따른 분류로 전용홀/다목적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용홀은 오페라면 오페라, 오케스트라 콘서트면 오케라콘서트, 리사이틀이면 리사이틀 이런 식으로 대게 공연의 목적이 정해진 공연장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입니다. 오페라 극장의 경우 대게 오페라나 발레 등의 공연 작품이 올려집니다. 전용홀의 가장 큰 장점은 매일 다른 공연을 올릴 수 있을 만큼 무대 효율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일단 비슷한 장르의 공연이 올라오기 때문에 무대 장비를 계속하여 사용할 수 있고 쉽게 무대 전환이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공연준비 기간도 단출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보다 높은 퀄리티의 공연을 보장할 수 있는데 각 예술 장르에 맞게 공연장이 애초부터 설계되기 때문에 '잔향', 무대 및 관객석의 높낮이 또한 각 장르의 특징에 맞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다목적홀의 경우에는 예술 장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오케스트라면 오케스트라, 오페라면 오페라 등 각종 작품을 올릴 수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종문화회관입니다. 하지만 일단 각종 종류의 공연을 대비하여 장비를 많이 넣어놔야 하기 때문에 공간활용이 비효율적이며 공연준비기간이 길어지기도 하며 퀄리티 또한 전용홀에 비해 떨어질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번째 분류로는 공익성/상업성 입니다.

  공익성은 말 그대로 공익적 목적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국민, 주민들의 문화적 수준을 위하여 짓는 경우이고 상업성의 경우에는 샤롯데나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같이 이익창출의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공연장을 짓는 경우입니다.

 

네번째 분류는 제작방식에 따른 분류로 공연장이 직접 제작을 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냐로 구분합니다.

  직접 제작(producing)을 하는 공연장의 대표적이 바로 PMC프로덕션의 난타 전용극장입니다. PMC프로덕션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퍼포먼스, 뮤지컬등을 제작하여 그 공연을 직접 자신들의 전용극장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producing 능력은 없이 대관을 위주로 하는 공연장 등이 있는데 예술의 전당, 브로드웨이가 그 대표적인 예 입니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 애초에 대관을 목적으로 지어졌습니다. 사실 대관을 해주더라도 전체적인 수익성을 고려하면 그 수익률이 극히 낮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이이나 기업의 후원이 절실 한 상황입니다.

 

 

 

단장님께서 소중한 자료 기꺼이 내주셨습니다. 너무도 값진 자료와 단비와 같은 말씀에 저는 흠뻑 공연장 지식에 젖어들 수 있었습니다. 단장님의 말씀 속에는 다음 세대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가 듬뿍 담겨 있으셨습니다. 앞으로 문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욱 필요할 테니 한번 꼭 도전해보라고 말씀 해주셨습니다.

 

 

집중해서 듣고 있는 오페라 캐스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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