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2002) - 복수의 사브르

어릴 적, 대일출판사에서 나오던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명작 시리즈를 좋아했었다. 의리의 사나이 달타냥,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모비딕을 찾아 나선 에이헵, 거대 물고기와 싸웠던 쿠바의 노인, 하늘을 날던 조나난, 고난과 역경 속에 빛나던 제인에어, 괴도 루팡, 셜록홈즈 등등 수많은 해외 명작들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이었다. 내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Le Comte de Monte-Cristo - 기암성’을 접하게 된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복수심에 불타 하루하루를 지세우던 에드몽 당테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너무도 흥미로운 구성과 스릴 넘치는 스토리로 밤을 지새우며 읽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너무도 오랜만에 다시 몬테크리스토 백작(Alexandre Dumas' The Count Of Monte Cristo, 2002)을 접할 수 있었다.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의 젊은 선원 에드몽 당테스는 순수하고 정직한 청년으로 고향 친구이자 아름다운 연인인 메르세데스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에드몽이 타고 있던 배가 잠시 엘바 섬에 정착을 할 일이 생겼는데 그 때 에드몽은 그 섬에 유배되어 있던 나폴레옹에게서 비밀 서신을 전달해 줄 것을 요청 받는다. 순진하였던 에드몽은 그의 부탁을 도와주기로 하나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페르난도에게 배신당하여 약혼녀를 그에게 빼앗기고 13년간 샤또디프 섬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올드보이의 오대수는 만두만 먹고 살았는데 에드몽은 죽만 먹고 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옥생활과 고문 속에 삶의 희망을 잃어가던 에드몽은 다른 방에서 수감 중이던 파리아 신부로부터 지식을 전해 받고 결국은 그의 덕택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파리아 신부가 남겨 준 몬테크리스토 섬 지도를 통해 어마어마한 보물을 찾아낸 그는 자신의 이름을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 하고 그의 장밋빛 인생을 망가트렸던 이들에 대한 복수를 준비한다.



순진하였던 에드몽은 순식간에 망가져버린 인생의 깊은 골짜기 속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다. 그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으며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려버렸고 자신의 약혼녀를 빼앗아 간 페르난도에 대한 증오를 삶의 원천 삼아 지옥같은 샤또디프에서 살아남는다. 또한 동시에 그는 이 감옥을 벗어나면 자신의 사랑스러운 약혼녀이었던 메르세데스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증오와 희망, 이 두가지의 대립되는 감정이 그를 13년의 지옥에서 버티게 만들어 준게 아닌가 싶다.하지만 결국 자신을 버리고 페르난도와 결혼했다는 메르세데스의 소식을 들은 그는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그녀를 원망한다. 증오와 희망의 감정 만이 존재하던 그의 가슴에 이제 희망은 사라지고 복수심 만이 남은 것이다. 그들의 삶을 천천히 파괴해나가는 에드몽으 눈빛은 차갑고 매서우며 카타르시스 적이다.




살아가다보면 타인에게 깊은 상처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믿었던 누군가에게 갑작스레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고 한이 맺힐 서러움을 당할 수도 있다. 평소에는 그게 친구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다. 군대에서는 고참 일 수도 있고 후임일 수도 있다. 직장에서는 상사일 수도 있고 동료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어이없음에, 서러움에, 분노에, 괴로움에 몬테크리스토 처럼 복수를 다짐할 수도 있고 왼쪽 뺨을 맞거든 오른쪽 뺨을 내주라던 신의 말씀을 따라 상대를 용서해줄 수도 있다. 영화 속 피에르 신부는 하나님께서 그 죄를 갚아줄 테니 복수를 잊으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지 않는 다는 그에게 하나님은 너를 믿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에드몽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따라 복수의 사브르(sabre)를 간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부딪히는 칼날을 통해 우리의 선택을 묻고 심장을 꿰뚫는 사브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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