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파破' - You can advance

2010.02.11 10:59에 작성된 글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다. 학교 성적표처럼 내 점수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정답이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성장을 위한 부단한 노력의 과정 속에서 차츰 어른이 되어간다. 대한민국에서는 민법상 만 19세 이상의 남녀를 성인으로 본다. 과거 우리 조상님은 나이 스물이면 약관(弱冠)이라 하여 성인의 관례를 치르곤 했다. 내 나이 스물 넷. 가끔씩 아직도 이 숫자가 믿겨지지 않는다.

 

 며칠 전 중앙시네마에서 애니메이션'신 극장판 에반게리온 파'를 봤다. 지난 2007년에 '신 극장판 서'가 나온 뒤 2년 여 만에 나온 이번 극장판은 에반게리온2.0이라 할 만큼 기존 tv판 에반게리온의 스토리를 많이 변형했다. 새로운 사도들이 나타나고 새로운 파일럿과 에바 기종이 나와 에반게리온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전투씩에서의 강한 임팩트와 과거 애매하고 난해했던 몇몇 인물들의 성격이 한층 밝아지고 뚜렷해졌다. 에바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지난 2년간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할 만큼 에반게리온은 모든 부분에서 진화했다.

 

 이번 극장판을 보며 children에서 adult가 되어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늘 냉소적이고 차분하던 레이는 신지를 알게 되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신지와 그의 아버지를 화해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남을 위해 요리를 시작한다. 혼자만의 pride에 가득차 있던 아스카는 친구들을 통해 세상에는 칭찬 받는 것 말고도 소중한 것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래 나도 웃을 수 있어'라며 에반게리온에 탑승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 신지는 레이를 구하기 위해 다시 에반게리온에 탑승하고 흡수된 그녀를 구한다. 영화 중간에 에바 특유의 검정화면 하얀 글씨로 'You can(not) advance'이 뜬다. 에바에 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강요되는 세계와 싸우는 그들의 모습은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advance하고 있었다.

 

 성장의 과정 속에 사랑은 타인에 대한 희생과 배려를 가르쳐 주는 듯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기적이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나도 그 날 저녁 무척 깊이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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