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 김치전쟁' - Soul Food

2010.02.06 14:34에 작성된 글입니다.


 

 한 포기 잘 담근 맛갈나는 김치를 장독대에서 꺼내 정갈하게 썰어 놓은 듯 깔끔했다. 맛깔스런 요리들과 깔끔한 영상은 마치 빠알가니 빛깔 좋고 아삭한 김치처럼 보는 사람들의 오감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때론 지나치게 정서에 호소하는 듯 한 에피소드들도 있었으나 줄 곧 '어머니의 맛'이라는 주제를 김치라는 소재로 잘 버무려낸다. 영화는 춘양각을 두고 성찬과 장은의 김치 대결이라는 구도 속에 우리가 매일 먹는 어머니의 음식 속에 담겨있는 그 무엇에 후반부로 갈 수록 focus를 둔다.

 


 

 

「배보다 더 휴식이 고픈 삶처럼 밥이 퍽퍽해 물 말아 먹는

오늘도 소주 한 병으로 저녁을 때우는 지친 그에게 필요한 건 바로

 어어어어어어 어머니의 된장국 담백하고 맛있는 그 음식이 그리워 그 때 그 식탁으로 돌아가고픈

어어어어어어 어머니의 된장국 담백하고 맛있는 그 음식이 그리워 잠깐의 생각만으로도 배고픈 」

 - 다이나믹 듀오 '어머니의 된장국' 中

 


 

 

 영화 보고 나오며 인간 말고 다른 동물 중에 요리를 해서 먹는 종이 있나 생각해봤다. 아마 없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인간을 '호모 쿠커스'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 음식에 각자의 Soul을 담아낸다. 그래서 음식은 정직하다. 만드는 이의 영혼이 먹는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처럼 배보다 더 휴식이 고픈 그 때 어머니의 된장국이 그리워 지는 건 어머니의 된장국이 곧 고향이고 가족의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군에 있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이 그렇게 그립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어떤 재료나 조미료로도 그 음식에 담긴 영혼을 대신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 성찬과 장은의 김치의 차이는 '계피 가루'에 있었다. 몸이 찬 장은을 위해 장은의 어머니는 매번 김치를 만들 때마다 계피가루를 넣었고 그 김치가 춘양각 김치가 되었다. 음식의 세계화 세계화 외치는 이 때 대중화, 세계화, 퓨전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바로 이러한 어머니의 맛에서 그 답을 찾으려한 영화의 주제가 돋보인다. 영화 끝나고 집에 오니 어머니께서 어제 해놓으신 된장국을 끓여 주셨다. 흑미밥에 김치와 된장국이라, 매일 먹는 어머니의 음식이지만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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