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형제'(2010)을 보고 - 義

2010.03.07 16:29에 작성된 글입니다.

 

 군에 있을 때 ‘96년 강릉 무장공비 잠수함 침투 사건’ 중 유일한 간첩 생존자였던 사람의 강연을 들었었다. 평양의 대학교를 다니던 그는 남파 명령을 받은 뒤 결혼을 하고(북쪽에 볼모가 필요했으므로) 교육과 훈련을 받고는 다른 몇 몇의 간첩들과 함께 잠수함을 타고 남한에 내려왔다. 그 사람 말에 따르면 그 당시 자신은 칼 한 자루로도 여러 명을 죽일 수 있을 만큼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군의 철통같은 보안 속에 잠수함이 발견되었고 우리 군은 간첩을 잡기 위해 포위망을 좁혀갔다.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른 공비들은 사살되고 그 사람 혼자서 군의 추격을 피해 산속을 돌아 다녔다고 한다. 하루는 길을 가다 다리를 건너는데 군인들이 오더란다. 그 사람은 잡혔구나 하며 다리 위를 지나가는데 군인들이 못 알아보고 지나가더란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배가 고파서 민가에 들어가 민가 부부 중 남편을 인질로 잡고 아내를 시켜 음식을 가져오게 했는데 아내분이 몰래 전화로 신고하여 잡혔다고 한다. 그 당시 그는 이런 시골 마을에도 각 가정마다 전화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여긴 북한이 아닌데...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로 순식간에 잡힌 그에게 한 군인 간부가 심정이 어떠냐고 묻자 그가 한 말은 ‘배가 고프다’였다고 한다. 그리고 무얼 먹고 싶냐고 했더니 ‘광어 회가 먹고 싶다’라고 했다고 한다. 군은 핼기로 ‘광어회’를 공수해다 줬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남한 측의 회유로 북한을 버리고 한국으로 귀순을 택했다.

 

 

 

 영화 ‘의형제’는 서울에서 간첩 사건으로 총격 사건이 벌어진 위 6년 후의 이야기이다. 전직 국정원 요원이었으나 지금은 흥신소 일을 하는 한규와 오해로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남파 간첩 지원은 우연히 만나 서로의 신분을 속인 채 거래를 하게 된다. 송강호의 통쾌한 소시민 연기와 간첩의 눈빛을 너무도 잘 연기한 강동원의 연기는 영화 전체의 두 기둥이었다.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규가 지원에게 ‘형이라고 불러 봐봐’ 하는 장면이었다. 義兄弟. 형제란 날 때부터 피로 맺어 지기도 하고 結義兄弟결의형제라 하여 남남끼리 義理의리로 형제를 맺기도 한다. 역사적으로는 후한 때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 밭에서 桃園結義도원결의 하였고 평소 우리 생활에도 義로서 사귀는 친구 또한 의형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義란 사람 관계에서 절대적 태제이다. 「‘의(義)’자는 ‘양(羊)’과 ‘아(我)’의 합의문자(合意文字)로, ‘羊’은 훌륭한 가죽옷을 의미하며, 그것으로 나의 몸을 단정히 한 모습이다. 즉 위의(威儀) 바른 모양을 말하며, 위의를 갖추면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바른 길을 걷게 된다. - 네이버 사전에서 발췌」.사회통념상 옳은 일, 또는 인간으로서 정도(正道)를 걷는 일을 뜻하는 의는 흔히 仁인과 함께 많이 이야기된다. 인에 비해 의에서는 용기가 많이 강조된다. 그렇기에 어려움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인仁형제가 아닌 의義형제라 하는 듯하다.

 

 영화를 보며 여러 생각하다 남녀관계에서 義의의 가치를 생각해보았었다. 동성에서의 우정에서만 의가 강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에는 인仁, 의義, 예禮 지知가 모두 담겨있다. 서로가 아끼고 믿고 배려하며 성숙해져가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한다. 남녀 간에 사랑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바르게 행동하고 믿는 의義가 있어야 한다. 어제 나의 무례한 행동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해해줬으면 한다.

 

 

 글 처음에 말했던 간첩 생존자 분은 결국 남한으로 귀순하여 지금은 군 부대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 강연도 다니시고 잘 지내시는 듯하였다. 하긴 북한과 끝까지 의義를 다하려 했던 지원이 영화에서는 너무도 순진해 보이긴 했지. 아니, 지원은 자신의 부인과의 義 를 지켰지.

 

 그 날 강의에서 그 사람이 귀순함으로서 북쪽에 있는 그의 부인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는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