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1987) -에릭로매르 을 보고

2007.10.25 11:27에 작성된 글입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 내 가방 속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제작한 10부작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DVD가 들어 있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야 상기된 이 지극히 평범한 사실은 아직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의 감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를 더욱 영화 에 대한 생각 속으로 끌고 들어가게 했다.

로매르의 작품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는 마치 관객들로 하여금 하나의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블랑쉬, 레아, 파비앙, 알렉상드르의 불발탄이 남발하는 사랑을 중심으로 카메라가 현실에 직접 닿는 듯한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에피소드는 영화 전체를 통하는 나의 이야기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잔잔한 스토리 전개는 나를 각기 다른 개성의 4명의 주인공을 파악하는 동시에 투영을 시킬 시간을 충분히 준다. 마치 거울 속에 자신을 비춰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마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대로 인간은 모방을 통해 기쁨을 얻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희열하는 나르시스적 기쁨일까? 물론 영화와 현실 사이에는 결코 같아 질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이상이 말한 대로 거울 속은 소리도 없고 서로 간에 악수를 할 수도 없는 퍽 섭섭한 공간이다. 하지만 ‘내 친구의 친구는 또한 나의 친구이다’라는 이 격언에서 출발한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좌충우돌(현실과 100%같지는 않지만)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 자신을 찾고자 한다.

이에 비해 스티븐 스필버그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2차 세계 대전 당시를 굉장히 실존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는 하나의 창문을 보는 듯하게 느껴진다. 거울이 ‘나’에게 집중을 하게 하는 것이라면 ‘창문’은 내가 몸담고 있는 이 공간이 아닌 창문 밖의 공간을 보게 한다. 이 창문을 통한 밖의 풍경에서 관객은 2차 세계 대전의 노르망디 영웅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 것이다. 즉 창문이 달려 있는 목적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창 밖의 사람, 풍경 더 나아가 우주를 보기 위해 있는 것이다. 벽을 제거하고 창을 설치 함으로써 인간의 인지 능력 밖의 사건(그것이 실제 과거의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체험할 수 없는, 혹은 디워와 같이 실제하지 않는 이야기)을 보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감독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창밖으로 끌어 내기 위해 너무나도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거나 흥미위주의 장면을 보여주거나 창 밖의 풍경이 아닌 창문 치장에만 힘을 쓰고 정작 창문 밖의 풍경은 부실한 경우가 많은 경우도 있다.

거울과 창문. 로매르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더욱 현실감 있고 소박하게 영화속에서 보여줌으로써 거울을 만들었다면 스필버그는 과거의 모습을 더욱 현실감 있게 재현하여 창문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더 뛰어난 기법인지는 관객들의 취향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세계에 아름다움이 있기에, 영화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내가 무언가 촬영한다면, 그것은 내가 아름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에릭 로매르


‘영화는 재미있어야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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