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홍등'- 홍등 속에 들어난 공간의 여성에 대한 폭력성

'홍등'을 보고

영화 홍등속에 드러난 공간의 여성에 대한 폭력성




 공간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이다. , 공간은 그 자체적으로 어느 누군가가 존재할 수 있거나혹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가능성과 개연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공간을 읽음으로써 그 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내막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영화 홍등에서 카메라는 진어른댁 저택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건조하게 비춘다. 진어른댁의 저택은 중국의 전통 건축 양식인 사합원(四合院)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사합원은 그 이름대로 사방이 막혀 있는 폐쇄적인 형태를 취하며 외부에서 안을 바라 볼 수 없도록 벽이 높다. 그래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내부의 사람들은 밖의 세계와는 단절이 된다. 그리고 카메라는 네 번째 부인으로 저택 안에 들어온 송련과 함께 이 사합의 폐쇄성을 맴맴 돈다. 외부의 시선과 규율이 닿지 않는 숨막힐 듯한 폐쇄성은 이 곳에서 벌어지는 기형적인 성적 억압과 폭력이 개선될 여지가 없음을 상징한다.


 진어른댁의 저택 구조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인들이 머무는 방이 서로 각각 벽으로 차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단성은 내부 구성원들의 분열을 조장한다. 진어른은 매일 밤 서로 나뉘어져 있는 부인들의 방 중 하나를 골라 홍등을 밝히고 잠자리에 든다.  명칭이 좋아 부인이지 사실상은 진어른의 성적 노리개의 처지에 놓여 있는 네 명의 여인들은 이러한 차단된 공간에 의해 서로를 질투하고 시해한다. 마치 지나가는 남성을 잡으러 경쟁을 벌이는 홍등가紅燈街의 여인들처럼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걸고 진어른의 간택을 갈구한다. 심지어 하녀마저 이 싸움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여성들의 분열을 통해 결국 이득을 얻는 것은 진어른이다.


 그리고 이 곳의 공간 안에 스며 있는 관습규율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식탁에 걸려 있는 근엄한 초상화들, 여인들의 암묵적 서열을 알리는 홍등이 걸리는 방, 규율을 어긴 하녀를 처벌하는 마당, 외도를 범한 부인을 처벌하는데 사용되는 방 등 공간은 그 자체로서 관습과 규율을 상징한다. 이처럼 봉건사회의 폐습은 암묵적 동의와 합의가 이루어진 공간 안에서 힘을 얻어 여성들에게 쳇바퀴 돌 듯 반복적으로 적용된다.


 영화의 카메라는 이 폐쇄적이고도 차단·분열된 공간 너머를 비추지 않는다. 이 곳과 바깥이 연결되는 그 어떠한 문도, 풍경도 보여주지 않는다. 여인들의 시선은 오직 사방이 막힌 저택 안에만 머물러 있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공간을 활용한 구조적 폭력은 계속되었다. 이러한 억압에서 벗어나는 길은 벽을 부수어 넘어버리거나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격렬히 관습과 규율에 저항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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