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쿤둔' - 신화적인 신화

'쿤둔'을 보고


신화적인 신화

 



 달라이 라마의 탄생과 선출은 지극히 신화적이다. 라모 된둡은 태어날 때 하늘에는 무지개가 걸렸고 까마귀들이 그의 곁을 지켰으며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눈을 뜨고 태어나 울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제13대 달라이라마였을 때의 전생을 기억하여 케상 린포체에게 염주를 달라고 한다. 그는 이후 쿤둔 혹은 달라이 라마라 불리게 되었다. 영적인 스승이자 동시에 세속적인 권력자로서 제 14대 달라이 라마의 탄생과 선출은 이처럼 신화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신화는 중국의 침공 앞에서 무기력해 보인다. 불과 열두 살 나이의 그에게 티벳 역사상 가장 가혹한 시련의 시기는 그에게서 웃음을 뺏어간다. 안경 너머 그의 눈에는 슬픔과 좌절이 깃들어 있다. 중공군의 총칼 앞에서 종교와 신화는 무력하기만 하다. 중국의 마오는 달라이 라마에게 그의 어머니 또한 불교를 믿으셨다며 그를 호의적으로 맞이 한다. 하지만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며 이러한 아편에 찌들어 있는 티벳인들은 중국의 지배 아래 공산당의 교리에 교화되어 정신적으로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화대혁명의 홍위군을 연상시키는 중공군들은 티벳인들을 학살한다. 자비(慈悲)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한다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암살 위협 앞에 결국 기나긴 망명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는 그 곳에서 티벳인을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영화를 본 뒤 실제 달라이 라마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찾아 보았다. 히말라야 다람살라에 있는 그의 모습은 솔직하고 인간적이며 천진난만하였다. 특히 티벳의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폭력적 저항 그리고 중국인들의 깨달음을 위해 기도를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한 그는 이전의 달라이 라마들과는 달리 점진적 정교분리를 실현하고 있는 듯 하였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투표를 통해 대표를 정하여 정치는 점차 종교적인 면과 분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티벳 국민들의 살아있는 신화이자 망명정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추앙 받고 있었다.


 달라이 라마 신화는 몽고의 티베트 점령과 지배하에서 배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후예인 중국의 점령과 지배하에 배제되고 억압되고 있다. 신화는 토착신앙인 본(Bon)과 불교 사이의 헤게모니 투쟁 속에 형성되었으며 티벳의 불교는 티벳인들의 종교이자 삶 그 자체가 되었다. 하지만 결국 신화는 총칼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고 신화의 주체는 망명을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신화의 주체는 결국 살아남아 티벳인들을 위한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여전히 티벳 본토인들의 정체성으로서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티벳의 독립을 알리는 그의 영향력으로서 그의 신화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그의 존재는 앞으로도 신화로 계속 해서 다시 태어나 티벳의 영혼을 이끌어 갈 것이다. 앞으로도 신화가 끝난 지점에서 새로운 신화가 생겨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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