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정주영 회장과 창업가 정신
- 감상
- 2013. 9. 20. 00:33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를 읽고
정주영 회장과 창업가 정신
창업을 두 차례 했었다. 첫 번째 창업은 스물네 살 때였다. 군에서 제대한지 얼마 안되었던 그 당시에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직장을 퇴직하신 아버지와 함께 대전의 어느 대학가 근처에 장어 음식점을 차렸다. 공부에 지친 대학생들이 종종 몸보신을 할 수 있도록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었다. 두 번째 창업은 스물 다섯 살 때였다. 학교에 복학한 후 동아리 형들과 함께 IT벤처를 창업했다. 전국민적 스마트폰 붐이 일던 그 당시 우리는 사람들이 지식과 경험을 손쉽게 공유∙거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사람들이 시간을 거래한다는 의미에서 플랫폼의 이름은 ‘타임딜TIME DEAL’이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창업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당시 나는 두 차례의 도전 모두 블루오션에서 기회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보이는 만큼 쉽게 잡히지는 않았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였지만 중간중간의 위기가 있을 때 마다 나는 쉬이 동요했고 상황을 빠져 나올 수 있는 비상 탈출구를 언제나 만들어 놓고 있었다.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가기 보다는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었다. 이
때의 경험들은 이후에도 두고두고 곱씹어 보게 되었다.
지금
우리 시대는 백만의 청년이 백수이며 취업도 창업도 쉽지 않다. 혹여 가까스로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해도
거기서 살아남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시대일지라도, 그 속에서 기회를 찾고 그 기회를 잡아 성공하는 누군가는 있다. 혹자는
지금을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며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불운이라고 불평불만을 한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 보다 더 한 불황은 자주 있었다. 세계 굴지의 회사인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아산峨山 정주영 회장이
창업을 한 1940년대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빴으면 나빴지 결코 낫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은 그 누구의 인생도 닮지 않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시대를 뚫고 갔다.
한국의 1세대 기업가로 불리는 정주영 회장의 젊은 시절은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실패자looser였다. 그는 현실을 불평하던 가출 소년이었으며 소학교 출신이었던 관계로 학벌이나 자격증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으며
그가 젊을 때 시도했던 사업들은 매번 도산 나기 일수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시대가 왔으니 새로운 걸 해보겠다”라는 진취적인 정신과 “해보기나 했어?”라는 무한한 긍정의 도전의식이 있었다. 그의 삶은 성공과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이 과정 속에 실패란 결코 없다고 보았다. 절박한 현실 일수록 그는 무모했지만 그 무모함이 부른 혹독한 시련을 견디고 뛰어넘고 쳐부수면서 강인해졌다. 이처럼 현실적 제약들은 그의 앞에서는 성취를 위해 넘어서야 할 장애물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정주영 회장은 대담한 창조적 기업가였다. 보리로 한 겨울에 잔디밭을 만든 일,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져 있던 거북선으로 울산 미포만에 세계 제일의 조선소를 세운 일, 유조선을 이용한 정주영 공법으로 만든 서산 간척지 신화 등 그는 언제나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대담한 생각으로
고정관념을 부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조지프 슘페터(1883~1950)가
말한 혁신innovation과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이끄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진 진정한
기업가라고 할 수 있겠다. 슘페터는 진정한 기업가란 획기적 방식으로 새로운 결합을 수행해 기존의 균형
상태를 뒤흔드는 사람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단순한 경제적 이윤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고자 하는 몽상과 의지, 성공하고자 하는 의욕, 창조의 기쁨 등이라고 보았다. 그는 대학大學에 나오는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 즉 사물에 직접 부딪혀
그 속에 있는 지식과 가치를 배운 후 결국에는 이를 기업가의 창조적 정신으로 승화시켜 명덕을 천하에 밝히는 재명명덕在明明德을 실현한 기업가라고
할 수 있겠다.
정주영
회장은 그 당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던 6만 명 중의 1명이었던
가출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세계 굴지의 회사를 만들어냈다. 그가
가진 무한한 긍정주의와 시련을 뛰어넘는 강인함 그리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창조성이 불모지의 땅에서 지금의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주영 회장의 삶은 지금의 이십 대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해방과
전쟁이라는 시대적 격변기에 그는 어떻게 시대를 관통했는가? 창업을 한 뒤 숱하게 부딪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기업이 시장을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등 그의 삶은 지금 취직을,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이 전에 만난 어느 성공한 벤처 창업가는 기업을 경영해 나가는 것은 마치 믹서기에 손가락을 집어
넣는 것과 같은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해주었었다. 앞으로 나 또한 이러한 용기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시기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아마 정주영 회장의 모습과 함께 그가 남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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