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서원 제1기 졸업원생 인터뷰
- 일상
- 2013. 5. 21. 00:13
<아산서원 제1기 졸업원생 인터뷰>
아산서원 제3기 원생들이 국내 인문학 교육과정을 시작한지 벌써 4주차에 접어든다. 얼마 전, 제1기 원생들이 아산서원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성황리에 졸업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졌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지친 제3기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제1기 윤호진 (윤), 진용선 (진) 원생이 아산서원을 찾았다.
▲인터뷰이: 아산서원 제1기 서재 윤호진 (좌), 동재 진용선 원생 (우)
Q: 선배님들이 아산서원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원 동기는 무엇이었고,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얻은 수확은 무엇입니까?
윤: 사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주로 수학과 과학만 집중적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그 이후에도 과학고, 대학도 카이스트에 진학하였기 때문에 마찬가지였고요. 카이스트 신문부로 활동하면서 시사 쪽에 관심이 많아졌으나 현실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적었어요. 그러던 차에 아산서원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산서원의 인문학 교육을 통해 제가 이제껏 공부하지 못한 것들을 마음껏 배웠습니다. 만약 제가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않았다면, 아마 같은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을 텐데요. 그렇게 되었으면 지금처럼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을 평생 못 만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진: 저도 아산서원 포스터를 보고 단박에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했습니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공부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돈을 다 대줄 테니 공부만 열심히 해라!’라는 아산서원 프로그램은 저에게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대학에서 사회학, 북한학을 공부하면서 정치나 인문학 같은 분야들은 접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물론 살면서 원자력이나 핵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친구를 사귈 기회도 없었고요. 사실 처음 지원할 때에는 ‘어차피 박사 과정을 미국에서 할 예정인데, 워싱턴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을 미리 경험하는 것도 좋겠지.’라는 생각이 컸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Q: 아산서원 인문학 과정, 생각보다 정말 만만치 않아요. 특히 과제 때문에 저를 비롯한 3기 원생들이 요새 체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프로그램이 지날수록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고 느끼는데요. 선배님들께서는 수면 부족과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 딱히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주어진 시간을 쪼개서 사용했습니다. 후배님들도 아시겠지만, 수업 전 읽어가야 할 reading material과 과제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웃음) 시간이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수업에 집중했어요. 주말에는 욕심부리지 않고 푹 쉬었습니다. 그래야 다음 한 주를 버틸 수 있으니까요.
진: 저는 서원 내 운동 소모임으로 체력을 관리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쪽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됐고요. 사실 프로그램 초기에는 공부하느라 매일 방에만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자주 아팠어요. 어느 날은 “내가 벌써 오십견에 걸렸나?” 하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웃음) 후배님들이 운동 소모임에 참여하거나 개인적으로 꼭 건강관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윤: 무조건 많이 드세요!!
▲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로 인턴십을 다녀온 제1기 윤호진 원생의 모습
Q: 사실 제3기 원생들이 해외 인턴십에 대해 많이 궁금해합니다. 인턴십을 가기 전에 미리 준비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윤: 저희도 경황없이 미국으로 인턴십을 떠났어요. 가기 전 저희에게는 한 달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당시에는 생각보다 딱히 준비할 것이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기간에 자신이 갈 기관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가장 유익할 것 같아요. 제3기 후배님들은 제2기까지의 데이터베이스도 구축되어 있으니 자세히 공부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알고 가면 더 적응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진: 저는 ‘그 때 한 달을 좀 더 알차게 보낼 걸.’하고 후회합니다. 저는 그때 체력 보충에 대부분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 기관에서 보내준 자료를 다 읽지 못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그것을 다 읽고 갔으면 더 일하는데 잘 적응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저는 북한학 전공자라 괜찮았지만, 같이 간 원생은 북한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처음에 애를 먹었습니다. 확실히 원생들이 파견된 기관과 그 곳에서 하는 일을 사전에 미리 잘 조사하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U.S. 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에서 인턴을 마치고 돌아온 제1기 진용선 원생의 모습
Q: 영어와 관련해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윤: 영어는 지금도 잘 못하지만, 그때도 잘 못했습니다. 1달 동안 실력을 쌓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바빠서 많이 영어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인턴십 기관에 가고 나니, 기관측에서 이해 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셔서 영어도 많이 늘었습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꾸준히 하세요. 사실 인턴십을 하러 미국에 가시면 적극적인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진: 저는 워싱턴에 가서 전문적인 영어가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가면 영어가 더 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고요.
윤: 사실 일상 영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혹시 시간이 있다면 인턴기관에 맞는 전문 영어를 공부해가면 도움이 됩니다.
Q : 아산서원 인문학 과정이 워싱턴 인턴십 수행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윤: 특정한 과목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 하기는 힘들지만, 제 경우에는 국제정치경제 시간에 배웠던 이슈들이 실제로 워싱턴에서 다루고 있는 이슈들이라 도움이 되었습니다.
진: 저는 굉장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턴십 중 만난 한 친구는 존스 홉킨스 대학 한국학 석사를 밟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에게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마침 정치 수업 시간에 핵무기 보유와 관련된 토론을 하면서 ‘찬성’ 입장을 발표한 적이 있어 그것을 떠올려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 친구가 위안부나 다른 문제에 대해 계속 토론하자고 하였고, 그러면서 그 친구랑도 친해졌음은 물론이고 논리나 영어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영어가 좀 부족하더라도 생각만 잘 정리해 말할 수 있으면 기관 사람들도 ‘생각 있는 사람이네.’ 라고 생각하며 일도 한 번이라도 더 시킵니다.
윤: 단순히 책 내용을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가 정말 필요한가?’처럼 큰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진: 포럼에 참석 했을 때 주제와 관련해 질문할 거리가 많아 집니다. 질문하면서 네트워크를 쌓는데 아산서원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많이 도움이 됩니다.
Q: 제3기 원생 중엔 아직도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도 적지 않습니다. 아산서원 활동이 진로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습니까?
윤: 시야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만약 아산서원을 오지 않았으면 대학원에 입학해 진로고민 없이 늘 하던 원자력 공부를 계속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아산서원에 와서 시야가 넓어지면서 진로 고민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진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 동감합니다. 관심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시야가 정말 넓어졌습니다. 인턴십 활동에서는 만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정말 넓습니다. 저는 인턴십 기간 중 6자 회담 참석자, UN에서 인권 관련자, 액티비스트들을 만났는데 각자가 많은 조언들을 해 주었습니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제가 좀 더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경험이 장기적으로 볼 때 진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지나고 보면 우리가 하는 말을 제3기생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우리는 단지 경험을 먼저 했을 뿐입니다.
Q: 조금 무거운 질문인데요. 마지막으로 아산서원에서 받은 혜택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윤: 아산서원 프로그램을 통해 너무 받은 것이 많아요. 원래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이제는 구체적으로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직접적으로 돈을 기부하는 건 나중에 많이 벌면 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제가 에너지나 자원 쪽으로 일하면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진: 저도 제가 받은 혜택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요즘 저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통일 교육을 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인턴십 경험을 이야기하면 굉장히 놀랍니다. 이전까지는 통일이 그냥 무조건 좋다고만 말했지만, 미국이나 또 다른 곳에서 통일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가르치면 아이들이 좀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강의들을 통해 청소년들이 통일 문제에 대해 깊이 있이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습니다.
▲ 제3기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산서원 제1기 원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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