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젤(giselle) -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Het nationale ballet); 사랑의 이중성


Bühnenprobe , Edgar De gas, 1878-1879

oil on canvas, 52,5 × 71 cm,Metropolitan Museum of Art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Het nationale ballet) 50주년 행사 기념으로 네덜란드를 순회하며 공연 중인 지젤(Giselle) Rotterdamse Schouwburg에서 보았습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지젤을 네덜란드 최고 수준의 발레단인 국립 발레단의 공연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젤(Giselle)의 줄거리

 

1(1792년 독일의 어느 포도 농장에서)

오케스트라의 밝은 연주로 1막이 시작됩니다. 시골 소녀 지젤(Giselle)은 두 명의 구애자가 있습니다. 바로 같은 마을 사냥꾼인 힐라리온(Hilarion)로이스(Loys) 입니다. 하지만 사실 로이스의 본명은 알베르트(Albrecht)로 평민으로 가장한 귀족입니다. 알베르트가 귀족 출신에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지젤은 알베르트를 깊이 사랑하고 힐라리온은 그런 두 사람의 사이를 질투합니다.

 

마을사람들이 포도밭에서 돌아오자 지젤은 모두 함께 춤을 추도록 사람들을 부추깁니다. 하지만 지젤의 어머니는 평소 심장이 약한 지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하여 조심하기를 당부합니다. 혹여 지젤이 심장마비로 죽어 윌리(Wili, 독일 전설에 따르면 춤을 좋아하는 아가씨가 결혼 전에 죽으면 윌리가 되어 한밤 중에 젊은이를 유혹하여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한다)라는 요정이 될 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콜랑드(Courland)공작이 그의 딸 바틸드(Bathilde)를 포함한 여러 일행과 함께 사냥을 하던 중 이 한적한 마을에 들립니다. 사실 바틸드는 알베르트의 약혼녀입니다. 알베르트가 이 마을에 와서 지젤과 사랑에 빠지기 전에 이미 약혼녀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사실을 모르던 바틸드는 사랑에 빠져있는 지젤에게 목걸이를 선물로 줍니다.

 

하지만 결국 힐라리온은 로이스가 사실은 알베르트라는 귀족이며 이미 약혹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젤에게 폭로합니다. 지젤은 망연자실한 채 슬픔으로 미친 채 춤을 춥니다. 그녀는 자살을 하려 하지만 운명은 자살이 아닌 심장마비로 그녀를 죽게 됩니다.

 


2(지젤의 무덤가에서)

힐라리온은 망연자실한채 지젤의 무덤가에 갑니다. 자정이 되자 그는 윌리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게 되고 그는 나무들 사이로 도망칩니다.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Myrtha)를 따르는 윌리들은 결혼 전에 죽은 아가씨들의 영혼으로 숲을 지나는 그 어떤 남자에게도 복수를 하고자 그들을 죽을 때까지 춤추게 만듭니다. 새로이 윌리가 된 지젤을 환영하는 의식을 하던 중 알베르트가 지젤의 무덤가에 망연자실한 채 옵니다.

 

한편 윌리들은 먼저 힐라리온을 미칠 때까지 춤추게 하여 죽게 합니다. 그리고는 다음 목표로 알베르트를 삼습니다. 미르타는 지젤에게 알베르트를 죽을 때 까지 춤추게 하여 죽도록 명령하지만 지젤은 여왕의 말을 어기고 알베르트를 보호하고자 합니다. 알베르트를 지키려는 지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베르트는 춤을 추다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가게 되지만 그 직전에 새벽이 밝고 윌리들과 여왕은 사라집니다. 지젤의 영혼 또한 알베르트를 홀로 남겨둔 채 사라지게 되고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알베르트는 진실된 사랑은 그 무엇도 초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지젤 역할 : Megan Zimny Gray

알베르트 역할 : Matthew Golding

힐라리온 역할 : Ernst Meisner

오케스트라 : Holland Symphony

무용 감독 : Marius Petipa, naar Jean Coralli, Jules Perrot

 






사랑이 가진 두 이중성

 

결국 남자를 살리는 것도 그리고 죽이는 것도 여자입니다. 남자는 결국 여자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되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 마저 듭니다. 알베르트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은 지젤 이었던 듯 합니다. 지젤 또한 그를 순수하고 깊게 사랑하였던 듯 합니다. 지젤은 죽어서도 결국 자신에게 큰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결국에는 목숨마저 잃게 한 알베르트를 지켜냅니다. 질투심에 불타던 힐라리온을 죽도록 내버려둔 것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사랑은 그래서 무섭고도 거대한 듯 합니다. 사랑에는 좌절과 초월이라는 야누스적 두 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좌절을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어떤 한계를 초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화 같은 무대, 발레화가 바닥과 부딪혀 내는 경쾌한 발자욱 소리, 형형색색의 화려한 의상들, 무용수들 나비와 같이 나풀거리던 치마, 하얀 드레스의 윌리들이 만들어내던 거대한 움직임, 춤추는 인형과 같던 그들의 솔로와 군무 그리고 대사 없이 에너지를 무대 가득 뿜어내는 그들의 손발 짓. 발레는 어쩌면 끊임없이 무대 위에 뿌려져 그려지는 수채화의 연속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그리고 그러한 수채화들의 향연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사랑 때문에 좌절하고 있나요 아니면 무언가를 초월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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