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디베이팅에 미쳐보았는가?
- 일상
- 2012. 3. 5. 21:40
대학내일 598호 국제팀 special에 기고된 글입니다.
미드 ‘보스턴 리걸’을 보고 난 뒤 ‘나도 저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변 능력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시청자가 있었을까? 그리고 이 곳 네덜란드에서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곳의 치열하면서도 논리적인 토론 문화에 혀를 내둘러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사실 네덜란드는 매일같이 비바람이 분다)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에라스무스대학 T3-16강의실은 디베이트(Debate)에 미친 EDS(Erasmus Debating Society)청춘들의 열정과 흥분으로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한다. 일반적인 토론과 달리 디베이트는 일종의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 토론’이자 ‘가장 질서 있는 말하기 훈련’으로 찬성과 반대가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제한된 시간의 발표를 통해 배심원(jury)을 설득하는 고도의 논리력과 설득력이 필요한 말하기이다. 이날 BP(영국 의회)방식으로 이루어진 디베이팅 주제는 ‘기후변화로 생긴 피난민들을 위해 선진국은 그들을 위한 새로운 국가를 설립해주어야 하는가’ 였다. ‘기후변화를 촉진시킨 선진국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그들을 위한 국토를 제공해야한다’며 찬성 측부터 시작된 디베이팅은 ‘자국 내의 피난민 유입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같은 극도의 분쟁을 자초하는 일이다’의 이유로 단호하고도 극명하게 받아치는 반대 측의 의견과 부딪히면서 그 치열한 열기를 더하였다. ‘피난민들의 유입은 세계 금융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이미 유럽은 과도하게 유입된 이슬람, 아시아 인구만으로도 벅찬 수준이다’, ‘제 2의 노아의 방주가 시작 되고 있는데 어찌 선진국만 살아남으려 하는가.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보편적 인간애이지 않은가’ 등등 이처럼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논리적 근거로 무장한 채 공격을 주고받는 디베이터들 모습은 흡사 창과 방패를 번갈아가며 싸우는 로마시대의 검투사들과도 같이 보였다.
매주 월요일 저녁 7시가 되면 T3-16으로 모이는 디베이터들. 오늘의 주제는 '기후변화를 촉진시킨 선진국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그들을 위한 국토를 제공해야 하는가?'.
배심원은 그 어떠한 편견도 배제한 체 규정 준수, 논리력, 전략방법 등의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에 임해야 한다. 디베이터로서의 참여뿐만 아니라 배심원으로서의 역할수행 또한 디베이팅 못지 않게 사고력과 논리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디베이팅이 끝난 후에도 계속되는 그들의 검투. 왼쪽이 알렉산더(Alexander Ebnr, RSM석사과정)이고 오른쪽이 살만(Salman Khabireh, 에라스무스대학)이다. 과연 피난민들이 대거 유입될 경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같은 분쟁이 생길 수 있을 건지에 대해 디베이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까지 언변을 주고 받았다.
대학내일 598호
http://www.naeilshot.co.kr/Articles/RecentView.aspx?p=3KBPc0gc7lpjp6rLqGQsJ2V77deCbPcSG3spaTDOKEg%3D
네덜란드=안정기 학생리포터 yogathum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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