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읽고 - 성장에 대하여

2008.02.21 15:08에 작성된 글입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제7권 조앤.K.롤링 지음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이제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 된 해리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영국에서는 만17세부터 성인 취급하는가 보군요). 6권까지의 이야기들이 주로 호그와트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루었었다면 7권에서의 해리는 학교와 집에서 떠나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는 더 이상 호그와트의 보호를 받지도, 마법부와 여러 마법사들이 걸어 준 보호막에 보호되는 프리벳가 4번지에 머물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죽음을 먹는 자들과 디멘터들이 득실거리는 마법세계에 친구 둘과 함께 뚝 떨어져서 생존해야만 하게 된 거죠. 그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하루는 버섯 몇 개로 하루 식사를 때워야 했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항시 교대로 보초를 서야 할 만큼 그들은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 그 사람'의 추적에 시달리고 있었죠. 성인이 된 그들은 정말 제대로 서바이벌 성인식을 치르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해리는 성인이 되어서인지 의심이 부쩍 이나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가 그토록 존경하고, 믿고 따르던 덤블도어 교수님을 의심하게 된 것이죠. 덤블도어 교수님의 말이라면 나무젓가락이 무적의 마법지팡이라고 해도 믿었을 해리가 이제 '혹시 교수님이 과거에 가족들을 내팽개친 건달이 아니었을까'하고 의심하게 된 것이죠. 머리 좀 컸다고 이런 의혹이 점점 커지면서 해리는 아예 덤블도어 교수님을 증오하기 시작합니다. 이유인즉슨, 자기가 호크룩스나 죽음의 성물을 찾는데 힌트를 적게 주었다고 말이죠. 자신을 골탕 먹이고 있는 사람이 죽어버린 관계로 직접 따질 수 없게 되자 해리는 그를 증오하기 시작한 것이죠. 해리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데카르트처럼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요. 하하... 그러고 보니 데카르트나 해리나 모두 영국인이군요.

 

 

 무엇보다도 해리는 죽음을 먹는 자들로부터 추격을 당하는 도중에 죽음이란 단어와 마주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7권의 내용을 꿰뚫는 커다란 주제들 중 하나는 바로 죽음이란 단어일 것입니다. 해리는 자신과 볼드모트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나머지 하나가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막강한 힘에 대한 갈망을 낳게 됩니다. 해리는 볼드모트를 죽이고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막강한 힘을 얻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죽음의 성물들에 히스테리적으로 집착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생존을 위한 힘에 대한 집착은 해리를 어둡고 독선적 태도로 몰아갑니다.

 

 

 이처럼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해리의 성장 소설의 마지막편인 동시에 그 어떤 전 편보다 그의 내면적 성찰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해리는 끊임없이 만17세의 자신이 얼마나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는지 자각하게 됩니다. 집과 학교를 떠나 친구들과 함께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그는 자신이 얼마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였는지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거기에는 비교 대상으로서 덤블도어 교수님의 젊은 시절이 등장합니다. 교수님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그에 따른 막연한 증오는 그가 성장하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누군가를 끝까지 믿어준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해리가 깨닫는 과정 중의 하나였던 것이죠. 해리는 의심의 방황 끝에 교수님을 믿기로 마음먹습니다. 교수님께서도 항상 그를 믿어주셨기에 그 또한 의심에서 벗어나 의심의 굴레에서 벗어납니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나 진리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 또는 추종이 아닙니다. 진실을 알기 전에는 함부로 속단하지 말자는 해리의 신념이자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휴머니즘적 자세였던 것이죠. 결국 해리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끝까지 믿고 그에 대한 해명적 조사 끝에 교수님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갈등하게 만들었던 죽음에 대한 문제에서도 해리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줍니다. 도비의 죽음을 통해 해리는 막연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게 됩니다. 살아가는 존재는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만 그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때론 그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성인이 된 해리 스스로도 자각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책 결말 부분에서 해리가 보여준 죽음을 초월한 모습은 그가 얼마나 훌륭하게 성장을 하였는가를 보여줍니다.

 

 

 사람은 살아가는 과정자체가 성장의 과정인 듯합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과정에는 그에 따른 고통과 기쁨이 동반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개개인의 몫일 겁니다. 저마다 다른 성장의 과정을 보내는 개개인들에게 그러한 성장의 고통을 이겨내고 성숙함의 기쁨을 누리라고 해리포터의 저자는 우리에게 해리를 통해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