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렛22' - 마피아에게는 은퇴도 정년도 없다.

2010.10.16 15:11에 작성된 글입니다.

 

 

 

영화는 어느 평범한 가정을 보여주는 듯 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아들과 애완견을

데리고 어머니의 가정을 방문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어머니는 헤어질 때

아쉬움에 손수 만든 맛있는 잼을 챙겨줍니다. 프랑스 마르세유의 황금빛 해변을 드라이브하며

아들과 기분 좋게 자신이 사는 동네로 돌아온 그는 아들을 내려주고 잠시 주차장에서 눈을 감고

파바로티의 아름다운 선율을 두 눈을 감고 느긋이 감상합니다. 관객들도 파바로티의 음악에

빠져들려는 찰나

 

 

두건을 쓴 사나이들의 등장과 함께 총성의 파열음이 빗발치고 찰리(장 르노)는 스물 두발의 총격을

당한 채 피를 흘리며 주차장 바닥에 쓰러집니다.

 

 

 

 

은퇴한 마피아의 대부(代父)가 저격을 당했으며 살아남기 힘들거라는 뉴스 속보와 함께 찰리를 둘러

싼 주변사람들의 반응이 등장합니다. 그가 은퇴한 뒤 평화롭게 남은 여생을 마치기를 바랬던 가족들

과 그의 친구들은 슬픔에 잠기고 그를 암살하고자 했던 이들은 그가 확실히 죽었는지 초조해 합니다.

그리고 찰리는 극심한 총상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화 대부의 돈 콜레오네처럼 살아납니다. 그는 그를

암살하려 했던 사람이 바로 그의 절친한 친구 자키아(카므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한번 우정

은 영원한 우정’이라며 더 이상 핏빛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생명

이 위협받게 되고 그의 친구들의 목숨이 위협받게 되자 존경받는 마르세유의 전직 대부였던 그는 복

수의 총알을 당깁니다.

 

 

 

 

영화는 마피아 느와르 장르와 함께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두 주제를 함께 묶어 가려 부단히 애를

씁니다. 영화 대부에서 시칠리아의 돈 콜레오네는 조직 전체인 패밀리 family의 보호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면 마르세유의 대부들은 조직 전체의 보호 보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가족의 안위에 모든 신경

을 씁니다. 적들은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하게 죽이지만 자신의 가족에 대한 사랑은 끔찍합니다. 자

키아는 오랜 친구도 서슴없이 배신하고 적들은 물론 자신의 조직원조차 서슴없이 잔인하게 죽이지만

그의 가족을 위해 자신의 집 안에서는 조직원 전체가 담배조차 피지 못하게 합니다. 해로운 니코틴이

자신의 아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해서요. 그리고 죽기 직전의 마피아들은 자신에게는 부양해야 할

자식이 있으니 살려달라며 빕니다. 마피아들의 이러한 부정(父情)은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또한 처량

해 보이기도 합니다. 바깥에서는 비록 불량배 행세를 하고 다니지만 집에서 만큼은 존경받고 사랑받

는 아버지가 되고자 하니까요. 아버지의 자식 사랑은 본능에 가까운가 봅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977년 마르세유의 대부 재키 임버트는 허름한 주차장에서

스물 두발의 총탄을 맞고 살아났습니다. 당시 나이 47살로 지금도 살아있다고 합니다. ‘암살은 얼굴

을 숨기면서 하지만, 복수할 때는 얼굴을 숨겨서는 안 된다’라는 대부다운 어록을 남긴 그는 실제로

우정에 배신을 당하였었다고 합니다. 친구마저 속이고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공포를 안고 살아

가야 하는 마피아의 세계는 영화 속 대사 처럼 ‘한 번 발들이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지옥과 같은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이든 장 르노의 모습은 영화 레옹(1994)의 레옹이 나이가 들어 마르세유에 안착하려 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침착하고 절제된 어느 나이든 대부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레옹과

마틸다가 과거 모두 잊고 이 곳에서 함께 조용히 살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아마 레옹은 찰리보다

은퇴하기가 훨씬 쉬었을 것입니다. 그에게는 보살필 존재가 마틸다 혼자 뿐이였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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