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는 영화평>인셉션'내 안에 너 있다'

2010.08.08 12:08에 작성된 글입니다.

 드림머신으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사회.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는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이면서 또한 최고의 실력으로 생각을 훔치는 도둑입니다. 그런 코브

에게 상대방의 생각을 빼오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꿈을 이용하여 생각을 입력시켜야 하는 ‘인셉션’의

임무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코브는 최강의 팀을 만들어 ‘인셉션’을 시도 하게 됩니다.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매트릭스+오션스11’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SF적 환상과 스릴러의 긴장감

두 요소를 너무도 적절히 이끌어 내었습니다. 특히 영화 중 씬 테이커라 할 수 있는 공간이 접히며 현

실을 왜곡하는 장면과 무중력 유영장면은 가히 영화의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

독이 16살부터 구상해왔다는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세트 촬영으로 그 만의 새로운 걸작

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의 첫 번째 영화 <미행>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내가 모르는 나는 누구인

가’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첫 번째 성공작<메멘토>를 통해 기억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사투를 다루

었고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통해 ‘내가 왜 입이 찢어져 있는지 알아’라는 대사로 기억에 대해 끊임

없이 이야기 해왔습니다. 이번 영화 중 ‘왜 꿈은 중간부터 생각이 날까’라는 질문이 영화 중간에 나옵

니다. 이는 아마 모두가 한 번쯤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의문을 가져봤을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은 영화 ‘인셉션’을 통해 꿈 속의 무의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

내의 죽음과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코브가 있습니다.

 

 

 코브는 영화 중 자신의 꿈을 설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리아드네를 통해 침투하게 될 꿈 속 세상

을 설계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코브 자신이 자기 자신의 무의식과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

다. 바로 그의 아내 ‘맬’의 죽음과 그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의 무의식 전체에 거미줄처럼 퍼져있기 때

문입니다. 이미 죽은 아내에 대한 미련과 강박증에 그는 꿈을 통해 끊임없이 죽은 그녀를 만나려 합

니다. 꿈 속에서 인간의 뇌는 훨씬 활발해지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1초가 꿈에서는 10분이 되고 그 상

태에서 다시 한번 더 꿈을 꾸면 일주일이 된다는 이러한 가정 속에 코브는 드림머신을 통해 자신의

아내와 꿈을 공유하여 꿈속에서 50여 년간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

작 반나절 정도가 지나있었을 뿐입니다. 그들은 젊지만 꿈을 통해 50여년 이상 함께 늙어가는 부부로

서 지낸 셈입니다.

 

 

 그들의 사랑은 이렇듯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꿈을 통해 자유롭게 함께 합니다. 하지만 꿈 속에서

약간의 착오가 생겼고 이로 인해 맬은 죽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죄책감과 맬에 대한 그리움으

로 코브는 계속해서 죽은 그녀를 만나러 만들어진 꿈 속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영화는 우리에게 질

문을 던집니다. 현실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꿈이 더 행복하다면 당신은 현실을 택하겠습니까,

꿈을 택하겠습니까. 꿈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면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아내 맬은 이 영화의 정서적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됩니다. 광기, 애정, 혐오감등의 눈빛

을 쏟아내는 맬은 어디까지나 코브 속 꿈의 형상일 뿐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부분이 가장

인상깊습니다. 자신이 정말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인 자신의 아내의 기억이 이토

록 다양한 모습으로 꿈에 등장한 다는 사실이 인상깊습니다. 때로는 너무도 아름답고 고혹적인 모습

으로 때로는 자상한 아내의 모습으로 때로는 광기어린 분노의 존재로 기억속에 남아 끊임없이 자신

의 무의식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마 사랑을 깊게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편 서늘할 정도로

공감가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2년여 전 군대에서 어느 날 기상 나팔 소리와 함께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동안 멍하니 있었

습니다.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하늘색 옷을 입은 어느 소녀가 제게 너무도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

해주었었습니다. 그 때 느낀 따뜻하고 놀란 감정이 채 식기 전이라 얼떨떨 했습니다. 그 때 꿈 속의

소녀는 인영씨 였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따뜻하고 자상한 모습으로 제 마음 깊은 곳 속에 자리잡은

제 연인이지만 당시에는 제겐 평소에 너무도 차갑고 냉정한 모습으로 자리 잡아 있었습니다. 평소 그

렇게 생각해오던 그녀가 너무도 상냥한 모습으로 제 꿈에 나타나자 저는 정말 놀랍고도 가슴 한편이

아련하기도 하였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의 꿈의 이미지 한 편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코브는 자신의 아내 맬을 정말로 사랑했나 봅니다. 그는 마치 나비 한마리가 되어 꿈 속을 날아다니

는 듯 합니다. 오직 꿈과 현실을 구분해 주는 것은 그의‘토템’인 팽이 하나입니다. 꿈 속에서는 코브도

맬도 그의 동료들도 세상 전체도 현실과 꿈을 구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에 꿈은 현실이 줄 수

없는 달콤함을 주기도 하고 절망감을 주기도 합니다. 여러분 여러분께서 여러분 꿈 속 가장 밑바닥의

무의식으로 들어간다면 무엇이 당신을 마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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