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 이심전심
- 감상
- 2011. 11. 14. 06:09
영화보고 집에 돌아와 보니 서울대공원을 탈출한 말레이곰‘꼬마’가 열흘 만에 잡혔다는 속보가 전해
졌다. 수색망을 뚫고 달아났던 ‘꼬마’는 그 동안 많이 춥고 배고팠는지 결국 꿀이 담긴 포획통에 갇혀
발견되었다. 영화 속 톨스토이는 아내 소피아의 잔소리를 피해 집을 나간 지 열흘 만에 작은 간이역
아스타포브의 역장 간사에서 폐렴으로 죽는다. 그는 그의 유언에 집착하며 그의 일을 방해하는 아내
를 피해 조용히 위엄 있게 삶을 마감하고자 가출을 하였지만 그는 결국 임종 직전에 다른 누구보다
자신의 아내 소피아를 찾는다. 그리고 그녀의 품에 안겨 편안히 세상을 뜬다.
톨스토이가 가출하기 몇 달 전, 아내 소피아가 아프다는 갑작스런 전보를 받고 집으로 허겁지겁 돌아
온 톨스토이는 사실은 아내가 자신의 일을 방해하려 일부러 그에게 거짓 전보를 보냈다는 사실에 분
개한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천진난만하게 침대에 누워 그에게 화내지 말고 수탉 흉내를 내달라고 한
다. 그녀는 그의 병아리라면서. 너무도 천진난만하게 부탁하는 그녀의 표정과 말투에서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아는 톨스토이는 이내 화를 풀고 ‘코쿠덜두~’하며 수탉 소리를 내며 그녀 옆에 눕는
다. 아무리 이해하려 하나 이해하기 힘들어도 서로의 차이 때문에 때론 많이 힘들어도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의 너무도 익숙한 천진난만한 표정 하나면 금세 서로 화를 푸는 것 그런 게
사랑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사실 톨스토이는 모순에 찬 인물이었다. 사유재산 폐지를 주장하지만 거대한 저택과 하인을 소유하
고 있었고 톨스토이주의자들은 금욕적인 삶을 강조하지만 사실 그는 과거의 여자와의 섹스를 자신의
조수와 이야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모기를 죽이다가 ‘생명을 중시하라’라는 그의 가르침을 따르던 톨
스토이 주의자에게 훈수를 듣기도 한다. 그는 그 스스로를 ‘훌륭한 톨스토이 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한
다. 어쩌면 톨스토이 스스로는 철저한 금욕주의자도 청빈, 생명 존중 주의자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사랑’을 말한다. ‘나는 사랑으로 내가 이해하는 모든 것들을 이해한다’는 그는 그
의 아내를 사랑했고 가족을 사랑했고 친구들을 사랑했고 러시아 모든 농민들을 사랑했다. 비록 모순
에 잔뜩 차 보이는 그의 겉모습이었지만 그러한 그의 모순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의 진실 된 내면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는 바로 50여 년 간 그의 곁을 지켜온 그의 아내 소피아였다.
현실주의자인 소피아와 이상주의자인 톨스토이는 분명 많이 달랐을 것이고 많이 다투었을 지 모른
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서로 진실로 사랑하
였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시절 톨스토이가 16살이나 어린 소피아에게 고백을 하기를 망설이던 그는
그녀에게 몇 가지 알파벳을 보인다. 그리고 단 한가지의 힌트로 소피아는 그 문제를 푼다. ‘나는 그대
를 진실로 사랑하나 그대 앞에 서면 나의 나이가 나의 고백을 주저하게 만드는구려’. 以心傳心. 진실
된 사랑 앞에서는 그 어떤 장벽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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