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2010.05.01 23:32에 작성된 글입니다.

 칼을 휘두르는 이몽학(차승원)의 송곳니가 두드러진다. 피를 갈망하는 뱀파이어처럼 이몽학은 꿈을 갈망한다. 이몽학의 꿈은 끊임없이 칼끝에 흩뿌려지는 피로 대체된다. 욕망의 눈 빛 아래 그의 송곳니는 유난히 두드러지고 꿈에 홀린 듯 한 얼음덩어리 같은 눈, 신경질 적인 뾰족한 턱, 짙검은 콧수염에서 우리는 이몽학이 좇는 달이 무엇인지를 찾아낸다. 바로 그건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된 ‘꿈’이다.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은 이몽학을 만나 허공을 베어내듯 한마디 던진다. ‘칼잽이는 칼 뒤에 숨어야제?’ 칼 뒤에 숨어있는 황정학과 칼 앞에 나서는 이몽학의 칼은 차디찬 파열음을 내며 수십 합을 겨룬다. 칼집은 부러지고 결국 황정학은 이몽학의 칼에 깊숙이 찔린다. 죽어가며 이몽학에게 그 꿈의 허무함을 말하지만 ‘난 이 꿈을 깨고 싶지 않소’라는 답변만이 돌아온다. 죽어가는 황정학은 구름에 가려있어도 달은 있다며 하늘을 본다. 눈을 뜨고 있는 이몽학은 꿈에 눈이 멀고 눈이 먼 황정학은 구름 뒤에 가려진 꿈을 보는 것이리. 황정학에게 꿈은 구름 뒤의 달이라면 이몽학의 꿈은 구름을 벗어난 달이였다.

 

 스승을 베고 동지를 베고 연인의 마음도 벤 이몽학의 칼끝은 결국 그가 꿈꾸던 궁궐에 이른다. 하지만 칼끝의 종착지가 될 줄 알았던 왕은 도망간 채 텅 빈 궁궐만이 그를 맞이 할 뿐이였다. 모든게 뒤엉켜버린 아비규환의 순간, 아버지와 황정학의 복수를 위한 견자(백성현)의 칼은 꿈을 잃은 이몽학의 목과 심장을 베고 뚫어버린다. 목을 물어뜯는 뱀파이어가 오히려 목이 베인 모습은 가히 그 욕망의 허무함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죽어가는 이몽학을 껴 앉으며 그의 연인이었던 백지(한지혜)는 같은 꿈속에서 만나자고 한다. 백지의 꿈은 작고 구름에 가려져 있을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였다.

 

 우리는 저마다 저마다의 꿈을 좇는다. 그건 달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될 수도 있고 별이 될 수도 있다. 꿈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하지만 그 꿈을 좇는 이유가 지극히 욕망적인 것이 아니기를 빈다. 내 주변의 소중한 가치들을 버리며 좇아야 하는 꿈이라면 그것은 차라리 한낱 굶주린 뱀파이어의 허기일 뿐이리라.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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