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Orange" - 이민 문제로 주황불이 켜진 네덜란드
- 일상
- 2013. 10. 9. 15:56
세상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운송∙통신∙거래수단이 발달함은 물론 국경을 넘어서는 이동이 점차 자유로워 짐에 따라 국적이 다른 개인과 개인과의 사이는 더욱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화 시대에 이민(immigration)문제는 어느덧 익숙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민자들로 탄생한 미국의 경우에는 지금도 이민정책을 활발히 펼쳐 여전히 평균 연령이 젊은 국가 중 하나이며 이민을 국가 내부의 다양성과 창의성의 근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유럽은 유럽연합(EU)라는 국가를 초월한 더 큰 단위의 통합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민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국가 간의 경제적 격차로 인해 비교적 경제적 수준이 낮은 과거 소련의 영향에 있던 동유럽 국가(폴란드,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의 노동자들이 서유럽 국가(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몰려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경제 위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남유럽(포르투갈, 그리스)의 노동자들까지 북부유럽으로 몰리고 있어 유럽연합 국가 사이에 갈등 양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유럽 국가의 노동자들의 이주 문제는 관용과 자유의 나라 네덜란드에서도 오래도록 심각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수년 간의 경기 침체 속에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현재 7%에 달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의 문제는 이 보다 더 심각하여 대학 졸업생들의 경우에도 졸업 이후에 직장을 구하기 위해 수년 동안 무직인 상태도 흔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가 전체적으로 실업률이 높아지자 사람들은 네덜란드의 높은 실업률의 원인을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에게서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이 값싼 임금을 받는 조건으로 네덜란드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었다고 분노하기 시작한 것 입니다. 또한 유럽 시민권자들에게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허락한 유럽연합 자체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8월에 네덜란드의 Lodewijk Asscher 부총리는 어느 신문의 사설란에서 지금의 네덜란드의 이민문제를 “Code Orange”라고 비유한 바 있습니다.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를 뜻하는 “Code Red”에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주황색(Orange)을 빗대어 표현한 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그는 지금의 이민 문제의 심각성을 댐(dam)에 빗대어 “댐이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이라는 표현으로 그 심각성과 문제성을 표현하였습니다.
이러한 이민을 둘러싼 논쟁은 네덜란드의 정치 성향을 점차 편중되도록 하고 있다는 데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마르크 뤼터(Mark Rutte)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VVD)과 정부 연합 파트너이자 앞에서 말한 Asscher 부총리가 이끄는 노동당(PvdA)은 중도 성향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와 이민문제가 겹치면서 Geert Wilder가 이끄는 초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이 사람들의 지지를 더욱 얻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반사작용으로 초좌파적인 사회당 또한 지지를 넓혀가는 등 정치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폐해를 낳고 있습니다. 관용의 나라인 네덜란드도 경제가 어려워지니 그들 본연의 자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민자의 숫자 자체로만 따지면 인구 1천7백만의 네덜란드 인구 중 이민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04년 당시 0.4%였던 동구권 이민자들의 비중이 2012년에 들어오면서 1.2%까지 증가 했다는 데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급격한 유입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저임금으로 건설 현장 등의 일자리를 차지해나가는 것을 본 네덜란드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구하고자 해도 임금 자체에서 그들과 경쟁을 할 수가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 기관 중 하나인 Ministry of Social Affairs의 위탁을 받아 조사된 결과를 보면 사실 동구권 이민자들이 차지하는 직업은 대게 네덜란드 사람들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험한 일들이 위주이며 이들은 그들이 네덜란드 사회에서 받는 이익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들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저임금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 여러 면에서 이들이 네덜란드 기업으로부터 악용 당하고 있다는 이민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디 네덜란드의 노동∙임금협상은 “Polder”모델이라 하여 고용주, 노동자 그리고 정부가 함께 논의를 통해 조정을 해나가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논의는 머나먼 일로만 느껴집니다.
내년 1월부터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노동자들이 보다 더 쉽게 유럽 연합 내에서 이주 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뀝니다. 이와 관련하여 네덜란드는 어떤 방향으로 그들의 이민 정책을 내놓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럽 내 단일 시장 구축을 통한 유럽의 경제, 사회, 발전을 촉진하고 안보 및 인권 차원의 시너지를 내고자 했던 유럽 연합은 이러한 이민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을 할지 또한 주목해 볼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네덜란드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네덜란드교육진흥원 www.nesokorea.org 을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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