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Haarlem의 프란스 할스(Frans Hals) 미술관을 다녀와서
- 일상
- 2012. 5. 13. 05:19
주말을 이용하여 암스테르담 근처에 있는 할렘Haarlem에 다녀왔습니다. 어느 블로거 분께서는 네덜란드의 안동 하회 마을로 비유하셨던데 그 비유가 맞을 정도로 도시 전체에 네덜란드의 고풍이 묻어나있고 도시 가운데로 아름답운 강이 흐르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할렘은 17세기에 암스테르담과 더불어 네덜란드의 미술 황금기를 이끌었던 예술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할렘의 자랑 프란스 할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프란스 할스 미술관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
17세기에 암스테르담과 할렘을 중심으로 네덜란드 미술 황금기가 꽃피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께서는 아래의 링크를 먼저 봐주세요.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황금기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편>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황금기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2편>
프란스 할스 박물관 정면의 모습. 옛 건물의 일부가 아직도 잘 살아 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프란스 할스(Frans Hals 1582년 경~1666년)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프란스 할스 미술관(Frans Hals Museum)은 1609년에 세워진 양로원을 개조하여 만든 박물관입니다. 이 건물은 프란스 할스에게도 익숙한 건물이었습니다. 그는 1664년에 이 양로원의 남자 이사회, 여자 이사회의 집단 초상화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 박물관에 남아 있는 이 양로원 이사회의 두 집단 초상화는 전시 공간에 마주 보고 걸려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프란스 할스가 마지막으로 주문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프란스 할스 답지 않은 어두운 색감과 지나치게 단조롭게 그려진 이 초상화를 두고 프란스 할스가 양로원 이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던거 아니였냐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것은 사실이 였다는 재미있는 사실이 그림 밑에 설명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를렘 양로원 여성 이사들(Regentesses of the Old People`s home, Haarlem), 1664년
캔버스에 유채, 170.5cm x 249.5cm, 프란스 할스 미술관, 할렘
프란스 할스는 초상화 작가로 유명하였습니다. 그의 초상화 속 인물들은 당시 신생 공화국이었던 네덜란드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 주 듯 밝고 생생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초기에는 디테일한 붓터치를 사용하였지만 이후 점차 빠르고 가벼운 느낌의 그림을 위주로 그리게 됩니다. 이러한 스냅 사진 같은 빠른 스타일의 그림을 통해 그는 마치 인물들의 명랑한 모습을 순간적으로 캐치해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집단 초상화가로 유명하였는데 그의 집단 초상화의 경우는 기존의 경직되고 전형적인 집단 초상의 경직된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표정과 몸짓을 그려내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아래의 그림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웃는 기사' 입니다. 현재 런던에 있는 이 그림은 멋스럽게 수염을 말아 올린 어느 기사가 보여주는 낙천적 웃음을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웃는 기사 (The Laughing Cavalier), 1624년
캔버스에 유채, 86cm x 69cm, 왈라스 컬렉션, 런던
박물관 내에 센스 있게 설치된 조형물들!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정물화 또한 유행하였었는데 박물관 안에 정물화를 토대로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이 무얼 먹고 살았는지 복원해 놓았다.
얼굴이 발그스레 상기 되어 있는 가운데 노란색 옷 입은 남자가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인물들의 시선처리가 제각기로 되어 있어서 마치 웅성웅성 떠들다 사진 한장 찍힌 듯 자유롭다.
집단 초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들이 무어라 말이라도 걸어올 듯 인물의 배치 구성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번 프란스 할스 미술관에서 느낀점
1. 할렘의 프란스 할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프란스 할스의 작품들은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반 뵈닝겐(boijmans) 미술관의 프란스 할스의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밝고 생동감 있는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에서 내가 보았던 할스의 작품들은 개인 초상화 위주에 보다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미술관이 어떠한 작품들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이 그 작가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생각은 크게 달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2. 프란스 할스의 초상화는 램브란트의 초상화들 비해 좀 더 가볍고 밝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번 할렘 여행 중에 테일러 박물관에서 램브란트의 스케치 복사본을 볼 수 있었는데 렘브란트의 초상화의 경우는 역시 램브란트 특유의 진지함과 고민이 듬뿍 담겨 있었다. 둘 다 밝은 그림을 구사하였으나 그 빛의 강도는 렘브란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3. 프란스 할스 미술관은 17세기에 지어진 양로원이었던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만큼 건물의 양식 및 스타일이 과거의 스타일을 듬뿍 담고 있었다.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미술관의 분위기를 몇가지 조형물과 벽지의 색깔로 무게감의 균형을 잡아내었다. 또한 미술관 곳곳에 사람들이 프란스 할스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설명을 써놓았다(모든 설명이 네덜란드어, 영어로 써져있다. 이렇게 영어로도 자세히 적어 놓은 박물관은 네덜란드에서도 드물다 생각했다). 모든 작품에 주석을 달아놓았기에(프란스 할스의 작품 외에도 모든 작품에 설명이 달려 있다) 그림에 대한 이해력은 높일 수 있었지만 너무 시시콜콜 모든 작품에 자세한 주석을 달아놓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프란스 할스가 이 시대에 살았따면 아마도 폴라로이드 즉석 사진기를 무척 좋아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미술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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