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루브르(Musee du Louvre) - 루브르의 현재 그리고 도전
- 일상
- 2012. 5. 7. 22:00
5년 만에 다시 파리(Paris)를 찾았다. 7시간여 동안 야간버스를 타고 도착한 파리의 새벽 하늘은 여전히 푸른 잿빛이었다. 고색창연한 파리의 지붕들의 색깔은 파리의 하늘빛을 닮았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야간버스에서 밤을 보낸 터라 피곤하였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역시 세느강 주변에 위치한 루브르(Musee du Louvre) 였다. 이번의 짧은 파리 방문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다시 한번 파리의 박물관들을 거닐고 싶어서였으니까.
세느 강 우편, 파리 중심가 1구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 박물관은 BC 4000년부터 AD19세기에 걸친 각국의 미술 작품들을 약 3만 5천 점 전시하고 있는 프랑스의 국립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넓이는 약 60,600 평방미터이고 소장품 수는 38만 점 이상(정확한 수치는 비공개라고 한다),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약 15,000명이다. 시간을 뛰어넘는 최고의 걸작들이 소장, 전시되어 있는 이 박물관의 현재 관장은 2001년에 취임한 앙리 루아레트(Hernri Loyrette)이다. 총 직원은 약2천 명이며 총 책임자는 프랑스의 문화통신부 장관이다. 루브르는 프랑스 정부에 의해 운영되어 왔지만 1990년부터 서서히 독립적인 위치를 확보 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프로젝트 기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고, 2006년까지 총 예산 중 정부 기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75%에서 62%로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 2008년의 경우, 루브르 총 예산 3억5천만 달러 중 1억 8천만 달러 만을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았으며 나머지는 기부금과 입장료로 충당해냈다. 이 외에도 1897년에 발족 된 순수 민간 후원 기구 ‘루브르의 친구들’과 같은 협회에서 정부의 예산과는 관계 없이 6만 명 이상의 회원들이 납부한 회비도 제정 자립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이며 또한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미술관이다(런던에서 발행되는 ‘아트 뉴스페이퍼’에 따르면 2011년 한 해에 888만 명이 루브르 관람, 해외 관람객 비중이 60%가 넘는다). 이는 작년 대비 5% 정도 증가한 수치로 미국과 신흥국 방문객 수의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한다(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해 방문객 수 323만 명으로 총 방문객 수로는 세계 9위에 속한다. 다만 외국인 방문 비율이 4%내외로 국내용 박물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관람객 중 외국인의 비율은 66%로 미국, 브라질, 이탈리아, 호주, 중국 순이다(한국인의 비율은 전체 관람객 중 1%정도라고 한다). 지금 루브르의 한 구석에서는 이번 여름에 선보일 2,800m2 규모의 ‘이슬람 전시관’ 공사가 한창 중이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공사는 1988년 중국계 믹국인 건축가 I.M페이에 의해 기획, 선치되었던 유리 피라미드 이후 또 하나의 거대한 시도이다. 프랑스 건축가 벨리니에 의해 공사 중인 이 건물은 지붕이 사막의 완만한 구릉처럼 곡선을 유리로 표현해내었다. 뾰족한 피라미드와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이슬람 전시관’에는 17세기 부터 19세기의 다양한 소장품 1만 8천 점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공사에 들어간 돈이 약 1천 500억 원에 달하는데 그 중 250억 원을 사우디아라비아의 탈랄 왕자가 지원을 하기도 하였다. 무섭게 크고 있는 아랍 미술 시장의 위치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사디야트 섬에 루브르 박물관 분관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아부다비 측과 오고 가는 중이다. 루브르라는 거대한 문화의 함선이 이처럼 중동을 대상으로 한 또 하나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듯 하다.
또한 루브르는 이번 3월부터 일본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3DS를 관람객 투어용 가이드 장비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박물관은 일본 닌텐도사와 5년간 제휴를 맺었으며, 디지털 가이드를 위해 5000대의 기기를 구입했다. 이로 인해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들은 린텐도 3DS를 통해 3D 입체화면으로 박물관의 주요 작품과 시설 위치 및 설명을 7개 언어(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한국어, 일본어 등) 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루브르 방문을 하였을 때 5유로를 지불하고 사용하여 보았는데 기존의 그 어느 박물관 가이드 기기보다 훌륭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유 관람 모드’, ‘유명 작품 모드’ 등 내가 원하는 관람 취향을 선택하여 효율적으로 관람을 즐길 수 있었는데 닌텐도 안에 위치추적 기능이 되어 있어서 내가 어느 곳으로 이동하면 내 위치가 실시간으로 게임기 위에 표시 되었다. 또한 작품을 설명 할 때 3D로 표현되는 작품들을 실제로 보는 작품들과 함께 보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무엇보다도 게임기로 쓰이던 닌텐도를 통해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미술관을 더욱 즐겁게 경험하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박물관을 더욱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이러한 시도 중 다른 하나로는 프랑스의 만화 전문 출판사 퓌튀로폴리스와 루브르가 공동 기획한 ‘루브르 만화 총서’이다. 박물관 측은 만화가들에게 박물관을 주제로 만화를 그려줄 것을 의뢰했고 지금까지 총 여섯 권이 출간 되었는데, 이는 교육만화의 개념을 넘어서는 픽션과 논픽션이 가미된 기상천외한 내용들로 되어 있다.
루브르는 단순히 프랑스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문화 예술을 위해서도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아이티 대지진 때 아이티 박물관 재건을 돕기도 하였으며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쿠시마, 센다이, 이와테 현 등 3개 도시에서 ‘만남, 사랑, 우정, 연대’라는 주제로 루브르 소장품 특별 전시회를 준비하기도 하였다. 작품의 오염 및 전시인력의 건강 위험 가능성이 계속하여 제기되었지만 그 동안 일본 관람객 및 기업들이 루브르에 보내온 열정 그리고 재난 민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이번 전시회의 총책임자인 장뤼크 마르티네즈씨는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였다고 하였다.
이번 루브르 방문 중에는 지난 18개월간의 복원 작업 끝에 화련한 색상을 되찾은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미완성 대작 ‘성(聖)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예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다빈치가 1519년 숨을 거둘 때까지 20여 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이 작품은 세월의 풍파 속에 손상이 심했는데 수 많은 논란을 가져온 복원 작업 끝에 색상을 되찾았다. 사실 이 작품은 과거 복원 과정 중에서 착색이 되었는데 루브르 박물관은 2010년 이 그림을 한 차례 더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작업을 진행하였다. 자문위원 2명의 경우는 이 복원 작업에 반대하고 자문직을 그만두기도 하였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일반 대중에 공개 된 이 작품 주변에는 이번 복원과정을 설명해놓은 자료들을 전시해놓아서 일반 사람들도 복원 과정을 통해 복원 된 점들을 알 수 있게 해놓았다. 전시, 보관, 보존, 가이드 뿐 만이 아니라 작품 복원에 있어서도 신중함과 결단력을 보이는 루브르의 뛰어남에 짐짓 놀라며 이 작품을 감상하였다.
(다음 글은 루브르의 역사 그리고 어두운 면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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