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원조 ‘신터클라스의 날’
- 일상
- 2012. 1. 13. 08:10
신터클라스데이, 크리스마스, 신년 행사등 겨울의 굵직굵직한 축제들이 모두 끝나서 요즘 네덜란드는 한가합니다.
신터클라스데이라니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좀 생소하실 것입니다. 이번에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로 꼽히 이 축제에 대해서 소개해볼까요?
매년 11월과 12월은 네덜란드인들의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달입니다. 또한 일 년 중 지출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11월과 12월은 네덜란드인들에게 일년 중 가장 큰 축제인 ‘신터클라스(Sinterklaas)의 날 이기 때문입니다. 11월 16일에 스페인으로부터 배를 타고 건너온 신터클라스는 그로부터 한 달여간 네덜란드 곳곳을 홍길동처럼 돌아다니며 네덜란드의 착한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주고 나쁜 아이들에게는 벌을 주러 다닙니다. 올해는 도트랙(Dordrecht)에서 첫 모습을 보인 신타클라스는 12월 5일 밤에 검은피트(Zwarte Piet)들과 함께 네덜란드 아이들의 양말에 선물을 주고는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동화 같은 네덜란드의 전통 축제는 후에 미국으로 넘어가 ’산타클로스‘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하면 두 달여 간의 축제 기간 동안 네덜란드 사람들은 가족, 친구들과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일 년간 있었던 고마움을 시로 쓰인 편지와 함께 서로 나누곤 합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만의 독특한 축제이자 크리스마스의 ’산타클로스‘의 모태가 된 ’신터클라스의 날‘은 어떤 날일까요?
한손에는 금빛 주교장을 다른 한손에는 착한일을 한 아이와 나쁜일을 한 아이가 적혀 있는 책을 들고 있는 신터클라스 할아버지. 산타클로스할아버지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르죠?
신터클라스 그리고 검은 피트
신터클라스‘Sinterklaas’는 선인들의 수호성인이자 어린아이들을 지켜주는 성 니콜라스St.Nicholas가 그 원조입니다. 현재의 터키지역의 대주교였던 성 니콜라스는 억울하게 사형을 당할 뻔한 아이들을 구하기도 하였으며 난한 이들의 굴뚝에 몰래 금화를 넣어 주는 등 평소에 어린아이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끼던 주교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이미지가 네덜란드에서는 착한 아이에게는 사탕을, 말썽장이에게는 벌을 주는 신터클라스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성 니콜라스를 기리는 축제는 네덜란드는 물론 벨기에 그리고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전통적인 겨울 명절로 자리 잡았습니다. 신터클라스는 붉은 긴 망또를 두르고 주교의 복장을 하고 있으며 한 손에는 금빛의 주교장을 들고 있습니다. 또한 신터클라스는 큰 책을 들고 다니는데 그 책에는 일 년 간 아이들이 했던 착한일과 나쁜 일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신터클라스는 미국으로 건너가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됩니다.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 뉴욕에 거주하던 네덜란드계 주민들은 신터클라스의 날을 다시 기념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후에 크리스마스 날과 합쳐져 지금의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신터클라스 축제 기간 동안 네덜란드 전역의 집과 상점들은 신터클라스와 검은 피트들의 장식품으로 화려하게 꾸며집니다. 위 사진은 어느 생필품 가게 앞의 진열장이 꾸며진 모습. 액자 속 인물이 신터클라스이고 그 옆의 인형들은 검은 피트들입니다.
신터클라스는 반드시 동행인들을 함께 데리고 다닙니다. 그들은 바로 검은 피터‘Zwarte Piet'들입니다. 신터클라스를 도와 사탕과 과자들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굴뚝을 타고 내려가 선물을 주는 검은 피터들은 성 니콜라스 주교가 억울하게 사형당할 뻔 한 그들을 살려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신터클라스가 선물을 배달하는 것을 돕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검은 이유는 이 들이 무어인이였다는 설과 굴뚝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검게 그을렸다는 설이 있습니다. 검은 피터들은 돌아다니며 나쁜 아이들을 커다란 봇다리에 싸서 스페인으로 잡아간고 하여 나쁜 짓을 한 아이들은 이 검은 피트들을 무서워 하기도 합니다. 검은 피터들의 검은 색깔에 대해서는 네덜란드 안에서도 ’인종차별‘적 요소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런 논란에 대해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검둥이 피트는 흑인에 대한 인종적 시각이 아니라 굴뚝을 통과하다보니 시커멓게 된 것이 라고 합니다. 특히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검은 피터는 굴뚝을 통과하느라 검댕이가 되었다고 얘기 해줍니다.검은 피터들의 색깔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어린이들은 '흑인 노예 피트'보다는 '굴뚝 통과로 인한 그을음'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자라납니다.
신터클라스의 날과 행사들
“신터클라스가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도트랙(Dordrecht) 운하에 도착했습니다”
매년 11월 16일은 네덜란드에 신터클라스가 오는 날입니다. 올해는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도트랙(Dordrecht)에 내렸습니다. 신터클라스를 태우고 스페인에서 네덜란드에 도착하는 항구는 매년 다른 도시로 정해집니다. 그리고 신터클라스는 다음 날부터 한 달여간 각 지역 도시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사실 이 신터클라스는 각 도시마다 자체적으로 신터클라스의 복장을 한 사람이 돌아다니지만 아이들은 진짜 신터클라스가 자신들을 만나러 집 근처에 나타났다고 믿습니다. 신터클라스와 검은 피터들이 밤에 굴뚝을 타고 선물을 주는 신터클라스의 날은 12월 5일이지만 그 전에 각 도시의 학교나 병원 같은 곳를 돌며 아이들을 방문하고 과자와 사탕을 뿌립니다. 어떻게 신터클라스가 하루에 여러 도시에 동시에 출몰하느냐에 대해 아이들이 묻는다면 어른들은 신터클라스를 돕는 사람들이 신터클라스가 되어 도와준다고 설명을 해주지만 이런 질문을 할 때 쯤이면 이 아이는 더 이상 신터클라스를 믿지 않는 나이에 가까워진 거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의 친구와 Son에 갔다가 신터클라스와 검은 피트들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찍은 사진. 그림 속 한 아이는 블랙피트의 모자를 쓰고 얼굴도 검게 칠 하였다. 아이들은 추운 날씨 속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신터클라스를 기다리더라구요.
신터클라스에 앞서 보트를 타고 등장한 검은 피트들. 이들은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를 뿌려줍니다.
저 멀리 신타클라스가 배를 타고 다가오고 있네요. 아이들은 신타클라스의 노래를 부르며 열렬히 그를 환영해주었습니다.
12월 5일 신터클라스의 날의 밤은 "Sinterklaasavond" 혹은 "Pakjesavond" 라 불리는데, 이는 "선물 주고받는 저녁" 이라는 뜻입니다. 네덜란드의 아이들은 이날 저녁에 선물을 받습니다. 준비한 독특한 선물과 함께 그 사람 이름의 이니셜이 새겨진 커다란 초콜릿을 선물하고는 합니다. 또한 이 날 선물들과 함께 편지를 서로 주고받는데 편지에는 네덜란드어의 독특한 라임을 살린 짧은 시 한편을 적어 그 간의 감사함을 표현합니다. 11월 중순에 신터클라스가 네덜란드에 도착한 날부터 아침마다 설레이는 마음과 함께 걸어놓은 양말을 확인 하던 아이들은 이 날 선물과 함께 부모님의 사랑이 담긴 편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네덜란드 친구에게서 이니셜(필자의 이름은 Jeongki An이기에 J자 모양)모양의 초콜릿을 받았습니다. 초콜릿이 어찌나 크고 딱딱한지 아직도 다 먹지 못하고 남아있어요.
신터클라스 기간에는 거리 어디를 가나 이렇게 쉽게 선물 파는 곳을 볼 수 있습니다. 엄청난 초콜릿 소비로 두 달여간 네덜란드 인들의 배는 더욱 빵빵해집니다.
크리스마스가 보편적인 명절이 된 것은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덜란드는 두 번의 신터클라스의 날(크리스마스)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전역의 가게들은 11월부터 신터클라스 특수에 들어가서 크리스마스까지 그 특수가 쭉 이어집니다. 네덜란드에서 산타클로스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맨(kerstman)’이라고 불립니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명절의 하나 정도로 여겨지며 오히려 크리스마스 날 자체의 행사는 부활절보다 소박하게 치루어집니다. 선물 또한 신터클라스의 날에 주고 받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에는 따로 선물을 주고 받지는 않습니다. 신터클라스 기간 동안 네덜란드인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다 동심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신터클라스의 전설을 믿는 어른이든 아니든 모두다 선물을 주고 받으며 감사함이 담긴 편지를 통해 한 해 동안 고마웠던 감정을 표현합니다. 신터클라사는 어쩌면 어린아이들 만의 수호성인이 아닌 네덜란드 모두의 수호성인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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