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만나는 한국




  네덜란드에 출국하기 전 한국에서 미리 볼펜을 여러 자루 사서 챙겨왔었다. 네덜란드 물가가 비싸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에 한국에서 사가면 좀 나을까 싶어서였다. 네덜란드에 온지 며칠째 안되던 날 학교 오리엔테이션에 갔는데 옆에 앉아 있던 어느 네덜란드친구가 놀라며 말했다. "You have Miffy pen!". 그 때서야 내가 샀던 볼펜에 미피가 그려져 있다는 걸 알았다. 잘 알려 져 있 듯 미피는 Dutch 디자이너 Dick Bruna가 1955년에 그의 아들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다가 탄생했다. 미피가 그려진 책은 전세계적으로 8천5백만권 이상 팔렸으며 미피와 관련된 수많은 캐릭터들은 세계 곳곳 문방구와 같이 어린아이들이 있는 곳 어디든 퍼졌다. 굳이 히딩크 감독까지 찾지 않더라도 평소에 우리가 인지를 잘 못 해서 그렇지 의외로 네덜란드와 관련된 여러가지 것들이 한국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 네덜란드에서 산지도 어느덧 3달이 지나간다. 이 곳 생활도 차츰 차츰 적응되서 이제는 무얼 사기 위해서는 어디를 가야 하고 무얼 물어보려면 누구에게 가야 한다 등 누구에게 크게 물어보거나 부탁할 것 없이 생활과 관련된 대부분은 자립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 때론 Dutch들과 네덜란드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네덜란드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오히려 내가 설명해주는 부분들도 있으니 문화적으로도 잘 적응하여 지내고 있다. 생활이 차츰 안정화 되고 긴장을 덜 하게 되니 차츰 주변의 작은 것들도 눈에 잘 들어온다. 세계 곳곳에서 교환학생 온 친구들과 Dtuch들의 문화적 차이점도 차츰 눈에 보이고 이 곳이 왜 네덜란드인가에 대해 차츰 좀 더 세심히 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근히 대한민국이 이 곳과 그렇게 멀지 만은 안은 곳이 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된다.


  그 모든 걸 세세하게 다 적을 필요까지는 없는 듯 하고 그냥 최근에 있었던 대한민국과 관련된 이야기들 몇 가지 이야기 해볼까 한다. 외국에 나오니 이곳에서 접하게 되는 대한민국이 정말 반갑기는 하다.


  첫번째, 며칠 전 V2에서 'Show me the money' Debating이 끝나고 친구들과 근처 카페에 가서 차 혹은 맥주를 마시고 상점으로 나오는데 어떤 술취한 동양사람이 지나가는 사람마다 시비를 걸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좀 덩치 큰 사람을 건들게 되서 싸움이 나기 직전이었다. 나도 조금은 Dutch를 알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덩치 큰 사람이 "너 같이 키 작은 녀석은 내 상대가 못 돼" 이러면서 그 사람을 가격하려 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말리면서 하는 소리가 "싸우지마, 그는 태권도를 할 줄 알지도 몰라. 싸워서 좋을 거 없어"였다. 지나가는 단어 하나가 '태권도'였지만 나는 그 단어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결국 그 두 사람은 싸우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


   두번째, 며칠 전 페이스북으로 쪽지가 하나 왔는데 핀란드에서 교환학생 온 친구였다. 그 친구가 에세이 쓰는데 도움을 달라고 하는데 '한국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북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설명해달라는 줄 알았다. 외국 애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 한국인 보다 훨씬 관심이 많으니까. 하지만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에세이를 쓴다는 것이다. 나는 의아해서 왜 한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관심이 많냐고 물어봤다. 알고보니 핀란드 친구가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과목 교수님께서 한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에세이를 써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거... FTA관련해서 촛불시위, FTA독소 조항에 대한 진실 공방, 나꼼수, 종편, 국가보안법 등등 관련해서 교수가 한국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어디서 들었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대한민국이라는 특정 나라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쓰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암튼 나는 대한민국 헌법 조항(18,21,22), 통신법, 국가보안법을 직접 번역까지 해가면서 그 친구를 도와줬다.


  세번째, 같이 수업듣는 친구의 친구한테 연락이 왔는데 한국으로 2년간 석사과정을 가려 한다고 한다. 왜 한국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한국이 좋고 관심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 대해서 아는거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그냥 한국으로 가고 싶다면서 도움을 좀 달라고 한다. 결국 이번 주에 만나서 한국의 이것저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해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종종 만나서 설명해 주게 될 듯 하다. 내년 9월에 한국에 간다고 하니 말이다.


  네번째, 오늘 헬쓰하고 잠시 jodo수련장에 가서 혼자 스트레칭 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노란 글씨가 새겨진 하얀 옷과 검정띠를 두르고 들어왔다. 여기서 체육 수업있나보다 하고 나가려는데 많이 보던 글씨를 다시 보니 '태권도.'라 써져 있다. 태권도 도복이었다. 나는 왠 태권도 도복이냐고 했더니 오늘 태권도 수업이 있다고 하며 자신은 한국 태권도 대회에도 나갔다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무척이나 반가워 하며 대전에 있었다고 했다. 나는 대전에 내 부모님이 사신다고 했더니 'Daejun is very big city'이랬다. 나는 주춤거리며 나가려다가 결국 그 날 태권도 수업에 참가해서 다른 네덜란드 친구들과 태권도를 했다. 사범님이 내가  발차기를 잘 한다고 하자 다른 친구들이 'His blood is Korean'이라며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업 중에 외국인이 한 명 만 있어도 영어를 쓰는 Dutch들의 친절함을 느낌은 물론이고 태권도가 은근히 인기 있는 스포츠구나 하는 걸 느꼈다. 이 날 우리는 정말 신나게 대련하며 놀았다.


  국가라는 단위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서로 다른 문화권이 만나며 그 속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인지하며 서로에 대해 관용과 배려하는 자세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과 네덜란드, 먼 듯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꽤나 촘촘이 무언가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지탱하고 있다는게 보인다. 물론 그저 내 생각일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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