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그리고 쇼핑
- 일상
- 2013. 9. 3. 12:34
매년 9월 첫째 월요일은 미국의 Labor Day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매월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이라 하여 노동자의 휴일로 정하여 유급휴가로 인정하고 있다. 본디 미국도 5월 1일을 May Day로 지정하였었으나 5월 1일이 사회주의의 냄새를 풍긴다 하여 지금의 날짜로 노동절을 정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Labor Day는 언제나 월요일이기에 토, 일, 월 3일을 연속으로 쉬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 기간 동안 여행도 가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각종 행사와 세일 행사도 열린다.
노동절을 이용하여 Wheaton에 있는 어느 커다란 쇼핑몰을 다녀왔다. 옷, 신발, 전자기기부터 먹을 것까지 없는 것이 하나 없는 커다란 쇼핑센터였다. 공휴일이라 Costco가 문을 닫았기에 망정이지 쇼핑몰을 구경하는데 수시간이 걸릴 정도로 컸다. 많은 브랜드들이 40%까지 세일을 하고 있었는데 ‘열심히 일한 당신 오늘은 질러라!’는 의도로 세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곳에 있는 상당수의 브랜드들은 대부분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것들이라 익숙한 것들이 많았다. 아직 한국에 없는 브랜드 중 Chipotle이라는 멕시칸 테이크 아웃 음식점이 있는데 미국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굉장히 좋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멕시칸 테이크 아웃 체인점을 내도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H&M, Levis, Guess 등 대부분의 옷 브랜드들은 한국에 들어와 있는 것들이었는데 한국과 비교하면 가격이 비교적 쌌다. 상대적으로 싸다 보니 괜히 한 두 개 뭔가 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무튼, 많은 사람들이 이 매장 저 매장을 다니며 이것저것 사는 모습은 한국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 브랜드 저 브랜드를 기웃기웃 아이쇼핑만 하던 중 며칠간 미국에서 생각해오던 것에 대한 조금의 확신을 더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 사람들은 비교적 남의 눈치를 덜 본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아울렛 할인 코너에 가면 주로 아주머니들만이 있고 젊은 사람이나 남성은 찾기 힘든 반면 이 곳의 할인 코너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저렴한 상품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혀 위축되거나 서두르는 법 없이 느긋이 쇼핑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흔히 자신의 소득에 비해 좋은 옷, 좋은 차를 사야만 체면을 지키고 눈치를 덜 보게 된다고 한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한국에 비해 미국에는 덜 하다는 인상을 받은 것은 그저 내 착각일까.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이 있는 대로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없는 대로 자신의 분수에 맞는 구매를 하고 이에 대해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본주의가 좋은 자본주의가 아닐까. 내가 산 제품이 남 보다 얼마나 비싼지 저렴한지를 비교하며 만족하거나 불만족하기보다는 이 제품이 내게 진짜로 필요한 건지, 내 소득 수준에 맞는지를 생각하는 문화가 형성된 자본주의야 말로 건전한 정신이 살아있는 자본주의가 아닐까. 이런 점에서 나는 눈치를 덜 보는 미국인의 구매 태도야 말로 미국 자본주의가 가진 성숙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정당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즐기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가 아닐까.
고린도후서 9:6 이것이 곧 적게 심는 자는 적게 거두고 많이 심는 자는 많이 거둔다 하는 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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