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 즉흥 그리고 대화

다음주 월요일이 미국 Labor Day인지라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집에서 잠시 쉬던 중 재즈 공연을 보러 가는 친구들에 즉흥적으로 합류했다. 아직 감기로 칼칼한 목과 답답한 코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교회에서 열리는 재즈 공연이라고 하기에 흥미가 갔다. 여전히 거리에 태양이 쏟아져 내리는 오후 4 50분이었다.

 

교회는 waterfront metro 근처인 400 I Street, SW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띄엄띄엄 커다란 주사위 모양의 모던한 공동주택들이 많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이후에 개발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회 이름은 Westminster Church 였다.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이름이 같았다. 모던 양식의 이 콘크리트 건물은 독특하게 교회 정면에 십자가 및 세로 방향의 블라인드와 같은 벽들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교회 내부가 더 인상적이었다. 예수의 형상이 없이 나무 막대기 두 개 만이 겹쳐진 십자가, 화려하지 않은 스태인드 글라스, 외부의 빛을 잘 담아내는 직사각형의 유리창들, 깔끔한 하얀 벽면, 성화가 아닌 자연을 담은 그림들, 움직이기 좋은 1인용 의자들, 가운데 기둥이 없이 크게 텅 비어 있는 널 직한 공간 구성. 간결한 이 공간을 보며 신은 번잡한 곳이 아닌 오히려 간소한 곳에 잇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간결한 모습의 건물과는 달리 교회 안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넘치는 복장들을 하고 있었다. 흑인들 특히 나이 많은 분들이 많았는데 이 사람들에게서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 원주민의 모습이 보였다. 큰 장신구, 화려한 색, 독특한 머리모양 그리고 큰 몸짓과 목소리에서 에너지와 낙천성을 느꼈다.

 

 

이 곳에서 매주 하는 jazz공연은 올해로 14년이 되었다고 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는 jazz night라고 하여 5달러에 좋은 재즈 공연을 볼 수 있다. 오늘의 공연은 vocal Sharon Clark을 중심으로 piano Chris Grasso, Sax Paur Carr, Bass Tommy Cecil, Drums Lenny Robinson가 연주하였다. 흑인 특유의 파워풀 하고 탄력 있는 목소리, 재즈를 재즈답게 해주는 감미로운 재즈 피아노, 즉흥성이 특히 묻어나는 색소폰, 손가락을 튕기며 듣는 이의 마음을 튕기는 콘트라배이스, 흥겨움과 속도감이 물씬 묻어나는 드럼까지 오늘의 공연은 재즈의 즉흥성과 흥겨움을 마음껏 즐기기에 충분하였다. 공연 중간에 어느 흑인 여자아이의 의욕 넘치는 공연 또한 재미를 더했다. 즉흥적으로 오게 된 재즈 공연이라 그런지 재즈의 즉흥성에 더욱 빠져들었다.

 

 

특히 오늘 교회에서 우연히 알게 된 퇴역군인 할아버지와의 대화가 좋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과자를 사러 잠시 나갔다 온 사이에 옆 자리에 어느 흑인 할아버지께서 앉아계셨다. 어색함을 풀 겸 몇 마디를 나누었는데 1977년에 주한미군으로 계셨다는 이야기가 뻗어나가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주한미군 때 이태원에 있었다는 이야기, 이 곳 DC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ROTC에 들어가 마틴 루터 킹이 워싱턴 D.C.에서 연설할 때 본인은 알래스카에 있었다는 이야기, 베트남 전쟁, 냉전시대 이야기 등의 이야기가 공연 중간 중간 띄엄띄엄 진행되었다. 할아버지께서는 흑인 특유의 억양이 강하지 않으셨는데 군대에서 장교로 오래 있으셔서 그런 건가 하고 추측해보았다. 20년간의 군생활을 마친 뒤에는 따로 직업을 가지지 않고 생활해 오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는 인공관절 수술로 인해 걷는데 많이 절룩거리셨는데 그로 인해 운동하는데 지장이 있다고 하셨다.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며 과거를 이야기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살아왔던, 겪었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은 말하는 사람으로서나 듣는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이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상대방은 어떠한 인생을 살았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만날 때 의미 있는 대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저 타인에 대한 가십 혹은 주변을 맴도는 헛된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야 말로 참으로 값지고 영혼에 오래 남는 대화라 생각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다음에도 교회에 공연을 보러 오라고 당부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며 쐬는 가을 바람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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