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i의 추억여행. 뉘넨, 손, 신타클라스 그리고 아이트호벤 (13/11/2011)
- 일상
- 2011. 11. 20. 11:07
지난 금요일, 암스테르담에서 돌아오는 길에 A가 이번 방학 여행 마지막 여행지로 아이트호벤 여행을 제안했다. A에게 아이트호벤은 특별한 곳이다. 40여년전 아이트호벤 공대를 졸업했고 거기서 인턴십도 6개월여간 했으며 번역가로서의 일거리도 아이트호벤의 회사에서 얻었던 그에게 아이트호벤은 젊은 시절의 추억들이 담겨있는 곳이리라. 젊은 시절의 A가 궁금했던 나는 흔쾌히 그의 멋진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날은 네덜란드 전역에 안개가 짙었다. Den Haag에서 출발하는 Eindhoven행 기차를 타고오는 A와 로테르담에서 합류하고자 자전거의 페달을 그 어느날보다 빠르게 밟으며 안개를 뚫고 기차역에 도착했다.
왼쪽은 반고흐가 그렸던 그림. 오른쪽은 지금의 거리.
직선이던 공원길은 곡선이 되었지만 150여년 전 뉘넨공원 주변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교회였으나 화재로 붕괴된 채 탑만이 남은 잔해. A의 표현대로 말들이 수호기사처럼 탑의 잔해를 둘러싸 지키고 있다.
수력을 이용한 물레방아로 곡물을 갈아 포대에 담는 여인. 여인은 이미 노후에 충분한 돈을 벌었지만 취미로 이렇게 물레방아를 이용해 곡물을 갈아서 판다고 했다. 이 곳에서 A는 2유로에 질 좋은 곡물가루를 살 수 있었다.
북쪽으로 두시간 가량 걸으며 우리는 중간에 점심도 먹으며 여유롭게 걸엇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을 Son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이 마을에 신터클라스가 온다고 한다. 온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다리로 모여들었다.
이 다리는 A가 대학생 시절 자취할 때 한달에 한 두번 정도 집으로 가던 길에 건너던 다리였다고 했다. 나는 오늘의 여행에서 그의 젊은 시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Son에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아이트호벤으로 돌아왔다. 이 건물은 A에게 일거리를 주던 회사가 있는 건물이다. 아이트호벤 대학교 앞에 위치하고 있다. A에게 그가 일했던 일거리들에 대해서 묻자 그는 그저 과거라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Adri가 공부했던 건물. 그가 이 학교를 다닐 때 이 건물은 화학과 수업이 열렸던 건물이었다고 한다. 아이트호벤 공대는 A가 입학하기 2년전쯤 세워졌는데 네덜란드는 물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문 공대 중 하나이다. 세계 랭킹으로는 60위 권에 포진되어 있다.
겨울에 먹는 네덜란드 전통 초록콩스프. 곡물빵 혹은 베이컨이 곁들여진 빵과 함께 먹곤 한다.
지난 달에 A가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온다며 그의 집에서 끓여주기도 했었다.
A가 대학생 시절 6개월여간 인턴십을 했던 기관이 있는 건물. 그 당시 튜브에 관한 화학적 연구를 했다고 했다. 40여년전이지만 아이트호벤에는 A가 추억을 회상할 공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불과 10여년만 지나도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뀌는 서울과는 대조적이라고 생각했다.
A가 대학 다니던 시절 이 곳은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식당들로 가득했던 거리라고 한다. 아이트호벤 공대와 가깝기 때문에 학생들도 이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배부르게 식사를 해결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일반 식당가로 변해 있다.
안개가 짙고 온도도 낮은 날이었지만 나는 A와 함께 걸으며 그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보며 그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 보았다. 그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든 젊은 시절의 A의 모습이 지금의 그의 모습에도 많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모습은 비록 40여넌전에 비해 나이들었을 지라도 그의 생각과 마음은 언제나 젊었으리라.
집으로 돌아가고자 기차를 타러 아이트호벤 기차역으로 들어서자 피터 몬드리안의 글귀가 기차역 위에서 네온사인으 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기억과 같은 관습은 삶과 미술을 즐기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이 날 아이트호벤에 깃든 A의 추억들은 짓궅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따뜻하게 만다는 네덜란드 초록콩스프와 같은 따스함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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