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 - Show me the money 그리고 UFO토론




  며칠전 국제처에서 Netherlands History Culture 과목을 듣는 학생들에게는 이번학기 마지막 파티인 'ESN Prom' 입장권을 공짜로 주었다. 현장 구매시 12.5유로나 하는 티켓이 공짜로 생긴터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구 다른 친구들에게도 저녁에 파티장에서 보자구 했었다. 다른 친구들이 뭔 일로 파티장을 가냐구 물어보기도 했다. 시끄러운걸 싫어하지만 공짜표가 생긴터라 가고 싶었당;;

   파티는 저녁 10시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나는 집에서 저녁먹고 잠시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중국 친구 David에게 파티 같이 가자고 말을 걸었는데 David는 학급 친구들과 Ragsdale 교수님이 출연하는 컨퍼런스 겸 토론회를 간다고 했다. 8시에 컨퍼런스가 시작한다고 하니 나는 빨리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순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님이 출연하는 토론회냐 프라이데이나잇 파티냐 그것이 문제로다(Going to debating or party, that is problem). 난 결국 V2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에 가기로 결정했다.





한 낮의 V2건물 정면. 실험적 예술 겔러리들이 가득한 Witte de with 근처에 있다. 밤에 가면 좀 무섭게 생긴 골목에 위치해 있다. 건물 외부는 평범해보이지만 내부 컨퍼런스 장은 파티장과 토론장을 합쳐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V2의 큐레이터인 Michelle Kasprzak. 케나다 출신인 그녀는 BBC, 와이어드UK와 같은 여러 미디어매체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Art curating블로그 curating.info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writer 및 V2의 큐레이터를 하고 있다.


V2(홈페이지 : www.v2.nl)는 미술, 예술, 미디어 기술의 융복합 실험실이자 연구소이며 전시장 이기도 하고 출판사이기도 하며 후원자이기도 하다. 이 복합적인 성격의 단체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미술의 다양한 시도들과 함께 그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로테르담 돌아다니다보면 가끔 관련 포스터를 볼 수 있다.

 




Blow Up은 V2에서 이벤트로 진행하는 매우 역동적인 토론회이다. 이론가, 행동가, 기술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패널들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방청객들과 함께 이 세상을 Blow Up하고자 토론한다. 참고로 Dutch들은 정말 정말 토론을 좋아한다.



목요일에 열렸다는 Test-lab. 토론 시작전 일단 참석자들로부터 10유로씩 걷었다고 한다. 그리고 10유로씩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할지를 토론하고 무엇을 한다. 여러분이라면 모인 1000유로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이번 Blow Up 주제는 Show me the Money 였다. EU리더십의 부재와 그리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문제로 EU연합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그 블랙홀에 점차 빠져들고 있다. 그나마 영향을 덜 받는 네덜란드 정부도 결국에 작년을 기점으로 예술 문화 분야를 비롯 의료, 교육 분야 등 예술과 복지에 관련된 분야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지원삭감에 들어갔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이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로 손꼽혀 와서 '예술자 망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의 많은 예술가들이 네덜란드에 와서 자리를 잡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Melting Down이라 하여 대대적인 지원금 삭감과 함께 예술가들이 네덜란드를 떠나 다른 나라를 찾으려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예술에 그토록 많은 돈을 쏟아 부을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왜 예술가들은 항상 가난하여 지원금을 필요로 하느냐고 그들의 의존성에 의문을 제기 한다. 이날의 주된 이야기는 이러한 예술가들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 이었다.




첫번째 연사자였던 Saul Albert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여러 예술, 미디어 활동들이 우리 생활에 주는 이익과 메시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는 자신이 시도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두번째 연사자는 Has Abbing는 왜 예술가들이 가난할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예술가들이 지원금을 필요한 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그는 연세가 꽤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였다.
 


세번째 연사자 Diane Ragsdale. 그녀는 이 날 차분하니 그리고 단호안 어조로 현재 미국에서 예술에 대한 지원금이 어떻게 삭감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것이 얼마나 예술계에 타격을 입히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그녀의 수업은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데 그녀는 이성과 감정의 표현을 적말 적절하게 섞어 말하여 누구라도 감탄을 할 말한 언변 솜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칵테일 한 잔 마시고 UFO탁자에 모두 빙 둘러 모여 진행자(토론DJ)와 함께 신나게 토론했다. 중간에 앉은 진행자가 마이크를 쉴세 없이 건내며 다이나믹한 토론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누구라도 마이크를 잡고 말 할 수 있으며 심지어 UFO탁자 시간에는 연사자들보다 방청객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했고 의견을 내었다.


100분토론은 저리가라 수준이라고 할까나. 일단 가운데 앉은 진행자의 진행 솜씨가 워낙 탁월했다. 청중들이 말하는 바가 뭔지를 정확히 캐치해내고 요약하고 유머를 섞어 다이나믹한 토론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다. 정말 토론이 아니라 누구라도 한 마디씩 하고 싶은 흥겨운 파티의 분위기라고 할까. 그리고 워낙 토론을 좋아하는 Dutch들이라 이 날 정말 마이크가 쉴세 없이 돌아다녔다. 나는 한국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예로 들며 예술과 대중문화, 예술과 대중의 touching point를 많이 만들어 예술가들 스스로 이익 창출을 많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V2에서 토론회가 끝나고 거기서 만난 학급 친구들과 근처 카페에 가서 차 혹은 맥주 한잔씩 하며 모처럼 이야기 꽃을 피웠다. 평소 수업 시간에는 이야기 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서로의 background에 대한 이야기, 본인 나라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다.


이날, 비록 공짜표를 이용할 수 없었지만 춤을 추는 파티가 아닌 토론파티를 다녀왔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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