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헤이그 방문 그리고 400 jaar Lutherse Kerkmuziek

  6번째 Den Haag 방문. 매주 주말에는 헤이그에 간다. 1945년생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이다. 친구와 이번주에 하기로 한 것은 바로 루터의 개신교가 헤이그에 전해진지 400년을 기념하기 위한 오르간과 트롬본 합동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동생네 집에 놀러 가야 해서 일찍 자야 한다며 나보고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와달라고 했다. 나는 오후 2시 쯤 로테르담 블락에서 기차를 타고 헤이그로 향했다.

 

  친구와 헤이그 중앙역에서 3시에 만난 후 우리는 3시 반에 있는 공연을 보기 위해 Lutherse Kerkmuziek로 향했다. Lutherse Kerkmuziek는 헤이그 중앙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가는 길에 한국음식점이 보였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이 것도 내가 발견 한게 아니라덜란드 친구가 발견한건데 이 친구는 한국에 관련된 것은 기가 막히게 잘 찾는 듯 하다. 며칠 전까지는 날씨가 10월 중순 치고 꽤 따뜻했는데 오늘은 옷을 두텁게 입어도 쌀쌀함이 느껴질 정도로 온도도 낮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헤이그는 중앙역을 기점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중앙역 근처에 중심가와 중요한 건물들, 박물관들이 몰려 있어서 헤이그역 주변에서는 관광객들을 꽤 쉽게 만날 수 있다.

 

 

  교회에 갔지만 오늘은 오후 3시 반 공연이 없고 저녁 8 15분 공연만 있다고 써져 있어서 우리는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아드리가 좀 더 좋은 카페가 있다고 했지만 날이 추워서 멀리 가느니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날이 추워서 인지 카페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프렌차이즈 카페 집이 드물다. 전국을 통틀어도 스타벅스가 10개가 채 안 될 정도로 전통이 있는 더치 카페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우리는 차 2잔과 애플파이 2개를 시켰는데 애플파이에 사과가 통째로 들어가 있어서 오븐에 구워진 부드러운 사과와 부드러운 파이 그리고 녹차의 맛이 너무 잘 어울렸다. 카페에 동양인이 나밖에 없을 뿐 더러 같이 있는 사람이 네덜란드 할아버지 이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 보는게 느껴져서 가끔 괜히 멋쩍기도 했다. 여튼 아드리와 11월에 있는 네덜란드 전통 행사인 성니콜라스 데이, 방학 중 여행 계획, 네덜란드 건축 등 역시 여러 이야기를 했다. Adri는 책을 두 권 가져왔는데 한 권은 Architect에 관한 잡지로 나보고 그림이라도 보라며 잡지를 줬고, 다른 한 권은 아드리가 오래 소장한 조그마한 Sonnet모음집인데 어느 20세기 독일 작가가 죽은 후 그가 감옥에서 집필했던 sonnet들을 묶어서 낸 책이었다. 무슨 말인지 German으로 써져 있어서 알 수 없었지만 친구 말로는 무척 좋은 시라고 했다.

 

  시간이 애매하고 밖에서 먹는 것보다는 집에서 먹는게 더 나을 듯 하여 친구 네 집에 갔다. 친구의 집은 헤이그 변두리의 한적한 동네에 위치 해 있는데 동네 주변 거리 이름들이 꽃과 관련된 이르이다.

 

매번 그렇듯 5시 반쯤 아드리는 거실에서 30분간 명상을 했고 나는 식탁이 있는 아드리의 방에서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과자도 먹고 잠깐 졸기도 했다. 저녁은 친구가 정원에서 직접 키운 옥수수, 호박 및 여러 야채와 그리고 중국식 두부(탬패이?)와 밥이었다. 친구가 만들어 주는 음식은 내게 따스함과 그리고 한 주를 힘차게 지낼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친구가 저녁을 만드는 모습은 손자를 위해 정성 들여 직접 가꾼 채소로 저녁을 만들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 이랄까.





  우리는 저녁을 든든히 먹고 다시 루터 교회로 향했다. 교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대부분이 나이 드신 분 들 이였다. 친구 말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교회에 잘 안 와서 교회 공연도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온다고 했다.
  




여기 루터 교회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교회 정면 벽에 높이 솟아 있는오르간이다. 친구 말로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 됐다고 했던가 가장 크다고 했던가 그랬는데 수백 년 간 덧붙이고 덧붙여져서 지금의 웅장한 크기의 오르간이 되었다고 한다. 맞은편에는 앙증맞은 조그마한 오르간이 있는데 때로 커다란 오르간과 함께 연주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공연은 몇몇 네덜란드 작곡가가 쓴 곡과 바흐와 같이 독일 작곡가의 곡이 연주 되었다. 연주자로는 오르간의 경우 Aart Bergwerff Frits Zwart였고 International Trombone Ensemble이 트롬본을 연주 하였다. 오르간과 8개의 트롬본의 합주라! 과연 어떤 천상의 소리가 이 교회를 가득 매울지 나는 연주를 기다리는 내내 궁금하였다.

 

  교회 목사님 같은 분께서 간단히 이번 공연의 의의를 말씀하시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오르간 연주를 직접 들은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연주가 시작되면서 나는 오르간 연주야 말로 CD가 아닌 직접 공연을 들어야만 오르간의 참된 울림을 느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헤이그 방문 전에 친구가 집에서 오르간 연주CD(마찬가지로 이 루터 교회에서 녹음된!)를 들려주었었는데 그 때는 그냥 오르간 소리구나 싶었었다. 그런데 직접 이렇게 교회에 와서 들으니 나는 오르간의 반향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르간 파이프를 타고 교회 전체에 퍼지는 그 묵직하면서도 무지개와 같이 여러 색이 섞여 있는 반향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나에게 조차 파도처럼 엄습하고 온 몸을 감싸는 느낌을 주었다. 피아노 연주가 귀가 즐겁다는 느낌이라면 오르간 연주는 온 몸이 오르간 소리로 휘감기는 느낌 이랄까.

  마찬가지로 트럼본들의 울림도 너무 좋았다. 하나의 트럼본이 아닌 8명의 각기 다른 트럼본 소리가 합쳐지고 분리되며 나타내는 소리란! 그리고 무엇보다도 트럼본은 오르간과 너무도 잘 어올리는 소리였다. 저음과 울림의 속성을 가진 트럼본은 오르간과 너무도 죽이 잘 맞는 악기였다.

 (19세기 루터 교회 모습. 지금과 별로 변한게 없다. 오르간 크기와 예배 드리는 의자 배치 정도가 달라졌으려나?)

  오르간 만이 소리를 내는 부분, 트럼본 만이 소리를 내는 부분, 오르간과 일부 트럼본이 함께 소리를 내는 부분, 오르간과 트럼본 전체가 함께 소리를 내는 부분, 오르간이 속삭이는 부분, 오르간이 내리치는 부분, 트럼본들이 합쳐지는 소리, 트럼본들이 분리되는 소리 등 9개의 악기는 쉴새 없이 교회 전체를 평화와 웅장함으로 휩싸이게 하였다. 마치 오르간이 신이라면 8개의 트럼본은  8명의 천사들과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아드리는 또 차 한잔 하러 가자고 했다. 아까 저녁 먹고 후식을 못먹었으니 먹자는 것이었다. 여튼이 친구는 차 마시며 이야기 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근처 카페에 가서 차와 초코케익을 시켜 먹었다. 내가 이번 방학 네덜란드 몇 군데를 여행하고 싶다고 했더니 종이에다가 열심히 네덜란드 지도를 그리며 이 곳 저곳을 추천해주었다. 저녁 11시쯤 우리는 메트로 부근에서 헤어졌다. 내 가방 속에는 친구가 만들어준 빵이 들어 있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Kröller-Müller Museum  (0) 2011.11.11
네덜란드 역사 여행 s-Hertogenbosch  (0) 2011.11.06
헝가리 친구들!  (0) 2011.10.21
Matthijs네 집에 다녀왔어요  (0) 2011.10.19
Debating Club 두 번째 참가  (0) 2011.10.18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