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그리고 미국



  며칠 전 저녁, 재즈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Capitol Hill에 위치한 미국 국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을 지나갔다. 야간 조명이 비치는 미국 국회의사당의 느낌은 낮에 보이는 모습과 사뭇 달랐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웅장한 건물, 200년이 넘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새하얀 벽면 그리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돔까지 이 건물은 미국이 지닌 위신과 권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짧은 역사 속에서도 만들어낸 그들이 가진 문명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셔널몰(National Mall)의 공원이 둘러싸고 있는 언덕 꼭대기의 바로 이 건물에서 바로 오늘도 시리아 내전에 대한 개입등과 같은 세계적 이슈들에 대한 수많은 설전이 오고 갔을 거라 생각하니 그 감회가 새로웠다. 서늘한 저녁 바람결에 지금은 한층 차분해져 있지만 내일 이 곳에서는 다시금 미국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영향을 끼칠 여러 정책을 둘러싸고 이 커다란 돔은 다시 뜨거워질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경채가 네덜란드와 비교해서 워싱턴은 어떤지에 대해 물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언어의 장벽으로 그들이 하는 말보다는 행동에 집중하여 관찰하였고 이 곳 워싱턴에서는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에 대해 훨씬 관심을 가지고 보았기에 둘을 엄밀히 비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네덜란드는 미국에 비해 사회 전체가 훨씬 더 organized되어 있고 전반적인 시민의 교양 수준이 높은 것 같다고 하였다. 그에 비해 미국은 문화, 인종의 다양성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격차도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대국, 대륙 특유의 거칠 것 없는 광대함과 야망이 사회 전반에서 묻어나는 듯 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어쩌면 인종 차별 문제, 빈부격차의 문제, 각종 범죄를 둘러싼 문제등 우리가 미국을 비난하는 많은 문제들은 세계 3위의 면적을 가진 대륙이자 세계 3위의 인구를 가진 국가 그리고 비교적 짧은 역사 속에서 세계를 이끌어 나아가는 미국이 어쩔 수 없이 겪는 중간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방향성과 속도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일 수도 있지만


  19세기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Alexis De Tocqueville은 이런 말을 했었다. “The greatness of America lies not in being more enlightened than any other nation, but rather in her ability to repair her faults.” 얼마 전 있었던 마틴루터킹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했던 수많은 시민 단체 장들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시리아 내전 개입을 둘러싼 미국 내의 수많은 설전들 (과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개입 등의 실패에서 비롯된 조심스러운 접근들) 그리고 씽크탱크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간접적으로 보고 들으며 배우는 것 등이 토크빌의 말과 함께 국회의사당에 오버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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