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주민들과 함께 숨쉬는 도르드레흐트[도트랙] 미술관(Dordrecht Museum)

                                       

                      북쪽에서 본 도르드레흐트(Dordrecht from the North), 1650년

                       캔버스에 유채, 68.3 x 192.8 cm, 영국 에스코트, 안토니 드 로스차일드컬렉션





이번 일요일에는 로테르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르드레흐트(Dordrecht) - 주로 '도트랙'이라 발음한다- 에 다녀왔다. 도르드레흐트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최초의 도시로1008년에 세워져 중세 시대에 상공업의 중심도시로 크게 발전하였으나 이후 로테르담과 앤트워프에 그 지위를 빼아겼었다. 도르드레흐트는 라인, 메르웨데, 마스를 비롯한 네덜란드의 주요 내륙 수로가 합류하는 지점에 건설되어 해상무역에 적합한 도시였다.



아리셰퍼의 동상. 동상의 주변에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도시의 서쪽을 먼저 둘러보고는 도르드레흐 미술관(Dordrecht Museum)으로 향하던 중에 어느 광장에 세워진 동상 옆에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전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처음에 이 동상이 들고 있는 것이 리코더인 줄 알았다(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리코더가 발견 된 곳이 바로 이 도르드레흐 이다). 하지만 나중에 미술관에 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동상의 주인공은 도르드레흐트의 빼어난 미술가였던 아리 셰퍼(Ary Scheffer)였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이들. 어릴 적부터 예술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 자체가

 교육적정서적으로 도움이 많이 될거라 생각한다.




도르드레흐트 미술관(Dodrecht Museum) 정문. 정문 뒤로 깔끔한 정원과 함께 리노베이션 된 미술관의 모습이 보인다. 초기 모습 그대로의 정문과 정원은 이 곳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며 새로 단장한 미술관은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듯 하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미술관 중 하나인 도르드레흐트 미술관은 1842년에 이 도시의 몇몇 미술 작품 컬렉터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생존해있는 미술대가들의 재능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이 미술관은 이 후 도르드레흐트 미술관 협회(Dordrecht Museum Association)가 발족되었고 시(市)에서는 건물 2층을 전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도르드레흐트의 각기 각층 및 시(市)에서 미술 작품 기부 행렬이 이어졌고 이 것이 지금 컬렉션의 밑바탕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미술관은 제한된 전시공간으로 인해 더 이상 미술작품을 새로이 수용하기 힘들게 되었고 2005년 부터 리노베이션 및 확장 공사를 준비하여 2008년 가을에 공사 시작, 2010년 11월에 공사를 완공하였다. 새로이 모습을 들어낸 미술관은 이전과 규모 및 기능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주게 되었다. 첫째, 이전 건물 보다 4배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여 훨씬 많은 수의 미술 작품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상설 전시장과는 별도로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여 다양한 임시 전시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둘째, 건물 내 외부 적으로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켰다. 셋째, 미술 전시로서의 기능 외에도 다양한 문화 공간을 만들어서 교육, 문화 만남, 워크샵, 시청각 자료실 이용, 식사 등 도르드레흐트 주민들의 문화 생활 중심지가 되고자 하였다. 



'The View from the street - The city as inspiration' 홀 입구


19세기의 작품들 부터 전시가 되어 있다. 각 홀은 테마에 맞게 그림들이 배열되어 있다. 참고로 그림들이 시대순이 아닌 테마에 맞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테마에 맞게 그리을 보는 재미가 있다. 각 테마는 네덜란드어로 쓰여져 있다. 다음은 영어로 옮긴 각 홀의 테마들. 'The View from the street - The city as inspiration', 'Light, sky and water - Capturing the moment', 'Melancholy and yearning - A romantic view', 'Ary Scheffer - Society painter in Paris', 'The business of art - Abraham en Jacob van Strij', 'The taste of his times', 'Dordrecht masters - From the shcool of Rembrandt', Cuyp & Co - A family of painters', 'Still lifes - Semblance without Substance', 'Portrait of Dordrecht - Art for the city', 'Colour, form, material - Art in Transition'.





'The View from the street - The city as inspiration'홀에 있던 그림들. 옛 도르드레흐트 거리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그림은 소중한 사료이자 옛 사람들의

 자취를 상상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The View from the street - The city as inspiration' 홀의 그림.

 미술을 사랑하고 찾는 사람들이 있는 한 미술관은 인류 역사에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네덜란드 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시청각 자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서 사용하지 못했다.




'Light, sky and water - Capturing the moment' 홀 옆에 추가로 있던 홀. 작가는 무얼 표현하려 한걸까?




'Ary Scheffer - Society painter in Paris'홀


이 미술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Ary Scheffer - Society painter in Paris'홀. 미술작품, 조각상, 음악, 시청각 자료 그리고 붉은색의 전시 공간이 빚어내는 아늑하고 세련된 분위기는 Ary Scheffer가 누군지 몰라도 그가 어떤 사람이었을 지를 짐작케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미술관에 오는 길에 만났던 청동상의 주인공이 바로 이 홀을 가득채운 그림의 작가인 아리 셰퍼Art Scheffer였다는 것이었다.



아리셰퍼의 자화상


아리셰퍼(Ary Scheffer, 10,Feb,1795~15,June,1858)는 도르드레흐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주로 활동하였던 화가이다. 화가였던 부친의 사망 이후 파리로 이주한 그는 왕정복고시대 파리의 살롱을 선도한 재능있는 화가들 중 한 명이었다. 1812년부터 살롱에 작품을 출품하기 시작한 그는 신고전주의 수법에 낭만주의적 화려함을 절충한 양식으로 그 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었다.


역사화, 풍속화, 초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를 얻은 그이지만 장르화나 그 당시에 발생한 사건, 특히 '낭만주의' 문학에서도 드라마틱 한 주제들을 선호했다(당시의 살롱의 작가들은 그리스나 로마 신화의 소재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이처럼 그는 살롱의 대표적 화가임과 동시에 작품 스타일 및 주제에서 그 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그림을 그렸다. 





신고전주의적 작품 성향이 두들어 지는 작품




자주 볼 수 있었던 쇼팽의 이 초상화를 그가 그렸었다니!





이 분은 수녀님일까?





이 작품에서는 램브란트의 분위기가 보인다. 램브란트는 낭만주의에 많은 영향을 주었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주제로 그린 작품. 그는 이 성인을 사모하였다.


이 작품은1840년대 이후 영적(靈的)인 성향의 그림을 그린 아리 셰퍼 스스로도 매우 만족했던 작품으로 여러점의 복사본을 만들었었다(루브르에도 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사모하던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와 그의 어머니가 '눈에 보이는 것도 귀에 들리는 것도 없는, 인간의 마음이 도달해 본 적 없는 영원한 삶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장면을 그려내었다.  




비록 젊은 어린 나이에 도르드레흐트를 떠나 타지에서 성공한 화가였지만 도르드레흐트 사람들은 아리 셰퍼를 여전히 도르드레흐트의 사람으로서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 박물관에 아리 셰퍼 단독의 홀을 만들고 다양한 그의 스타일의 그림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만든 점에서 그는 아직도 고향 사람들에게 환대 받고 있는 듯 하였다.




'The business of art - Abraham en Jacob van Strij'홀. 위의 초상화들은 왜 저리 높이 배치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네덜란드 작가의 그림들은 이처럼 일상생활의 정겨움을 다룬 장르화가 많다. 네덜란드 사람들 특유의 따스하고 유머있는 시선이 잘 묻어나는 듯 하다.





'Dordrecht masters - From the shcool of Rembrandt'에는 이와 같은 홀로그램과 같은 박스가 설치 되어 있었다.





네덜란드에도 부채가 있었네.





왼쪽 : 렘브란트의 그림, 오른쪽 : 그의 제자의 그림


'Dordrecht masters - From the shcool of Rembrandt' 홀에는 렘브란트의 작품과 그의 제자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렘브란트는 암스테르담에서 주로 활동하였지만 그의 제자들 중에는 도르드레흐트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에게서 그림을 배우고 그의 작품을 모사하며 영향을 받았던 제자들 중 일부는  렘브란트의 인기가 시들자 그의 그림 스타일을 버리고 당시의 유행을 좇아 세밀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의 제자들 중에는 그의 사후에도 그의 작품 스타일을 계속하여 모방하여 그리는 사람도 있었다. 왼쪽이 렘브란트의 그림. 오른쪽은 그의 제자가 그린 그림. 언뜻 봐서는 두 작품의 작가가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램브란트의 제자들 중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초상화이다. 왼쪽의 작품에서는 렘브란트의 영향이 그대로 느껴지지만 오른쪽의 작품에서는 렘브란트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Still lifes - Semblance without Substance' 홀의 작품 중 눈에 띄는 정물화. 보통의 네덜란드 정물화와는 달리 필기도구나 여러 가젯들을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특별 전시관의 모습. 니코 피라스마니(Niko Pirosmani, 1862~1918)라는 조지아 출신의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창 밖에 비치는 빛과 나무와 초록색. 이 것은 신의 작품인가.



건물 내부에는 아직 준비 중인 전시관이 있었다.




잡지를 읽으며 미술관 관람 후 쉬어 갈 수 있는 쉼터, 그리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식당.



미술관 내 모임을 위한 살롱의 모습


너무도 세련된 화장실 입구. 화장실 안에서는 세면대에 얼핏 남,여 화장실 서로가 비친다. 



식당에 걸려 있던 아리 셰퍼의 '단테와 비르질리우스 앞에 나타난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와 

파올로 말라테스타의 영혼' 모사본. 루브르에서 봤던 그림의 모사본이 식당에 걸려 있었다. 

죽어서도 구름이 되어 붙어 있는 그들의 사랑이 눈물 겨웠다.





도르드레흐트 미술관가는 법

도르드레흐트 기차역에서 나온 후 앞으로 쭉 가다 ING를 기점으로 오른쪽 길로 쭉 가다 다리 건너 다시 오른쪽 길로 가다보면 museum straat 근처에 있는 이 고풍스러운 외관의 박물관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기차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



도르드레흐트 미술관에서 느낀점


1. 미술관의 설립에 있어서 컬렉터, 시(市) 혹은 정부 당국, 미술가 그리고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도르드레흐트 미술관은 어느 특정 개인 혹은 단체가 완성한 것이 아니다. 미술을 사랑하고 지원하고자 했던 컬렉터들의 열정과 그들을 뒷받침 해준 시당국, 꾸준히 양질의 작품을 그려내온 도르드레흐트의 미술가들 그리고 그들의 노력에 꾸준히 성원을 보내준 시민들의 열정이 모여서 지금의 도르드레흐트 미술관을 만들어 내었다. 이처럼 양질의 미술관 하나가 탄생하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2. 미술을 보면 그 도시가 보인다. 도르드레흐트 미술관의 작품 대다수는 도르드레흐트에 살았고 이 도시를 사랑했던 작가들의 그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작품의 주제 및 배경 역시 도르드레흐트가 상당수이다. 이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도르드레흐트의 옛 거리의 모습들, 사람들 그리고 작가의 도시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3. 각 도시에 있는 미술관들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도르드레흐트 미술관의 도드라지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복합 문화 공간(multi-culture complex)이라는 것이다. 미술 전시 공간 뿐만이 아니라 살롱, 워크샵 공간, 교육 공간, 카페, 식당 등이 종합적으로 모여 있는 이 곳은 단순히 미술 공간을 넘어 도르드레흐트 주민들을 위한 멀티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미술관들은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지역 작가들의 주된 수입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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